해외 부동산 자산 평가가치 9조3444억원으로 10.53%나 빠져
올해 전망도 ‘먹구름’…“금산분리 등 정부 규제 완화 조치 필요”

금리·물가 상승에 이은 부동산 부진 영향으로 주요 금융그룹들의 해외 상업용부동산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프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대출채권·선순위 제외 기준 해외 부동산 자산 평가가치 수익률. 자료=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리·물가 상승에 이은 부동산 부진 영향으로 주요 금융그룹들의 해외 상업용부동산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프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대출채권·선순위 제외 기준 해외 부동산 자산 평가가치 수익률. 자료=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즈월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금융지주들의 투자처 확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조치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19일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로부터 받은 '해외 부동산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의 해외 부동산 자산 평가가치(대출채권·선순위 제외 기준)는 지난달 16일 기준 투자금액(10조4446억원) 대비 10.53% 하락한 9조344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이 2조6161억원을 투자해 평가수익률 –12.22%로로 가장 저조했으며, KB금융그룹이 2조8039억원을 투자해 평가수익률 –11.07%를 기록했다. 이어 농협금융은 1조8144억원, 신한금융이 2조7797억원, 우리금융이 4035억원을 투자해 각각 –10.73%, -7.9%, -4.95%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가시화된 주 원인은 금리·물가 상승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시장을 이탈하면서 가치 하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한 점도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올해도 손실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지난해 3분기 발간한 'KB상업용부동산 리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관련 1조 달러 규모 대출의 만기 도래 금액은 5360억 달러로 전년 동기(5100억 달러) 대비 소폭 늘어날 예정이며 이는 지난 10년 평균 대비 45%나 많은 물량이다.

금융지주들은 해외 상업용부동산 손실 이외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규모 채권 평가가치 하락이 발생한 데다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IB(투자은행) 시장 등 주요 투자처에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충당금을 쌓아 당장 자본 버퍼는 충분한 상황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아 신규 투자처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별 차주에 대한 신용리스크도 같이 올라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초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에 따라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신규 투자처 발굴에도 진통을 겪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ELS 배상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파생상품 홍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금융과 산업의 허들을 낮추는 금산분리 등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과 공동영업 활성화, 핀테크 출자규제 완화 등 금융 당국의 주요 안건이 가시화돼야 금융지주들의 신용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 주장하는 글로벌 진출,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금융사 인수 등 뚫기 어려운 방법이 아닌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금융 자본의 입김이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신규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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