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종근당·한미·대웅 등 주요 기업들 매출·영업익 최대 
주요 품목 성장세와 기술 수출 호재 등으로 큰 성장폭 기록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GC녹십자,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각 사.

[비즈월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자체 개발 신약을 비롯한 대표 품목들의 성장세와 후보물질 해외 기술 이전 성과가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85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7.6% 증가한 56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7.4% 증가한 1425억원이다.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는 지배회사·종속회사의 매출 증가와 라이선스 수익 증가가 꼽힌다. 전문의약품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의 단일 매출만 전년 대비 53.7% 증가한 849억원을 달성했고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33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타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그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으로 유한양행의 매출 규모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체결한 ‘CKD-510’ 글로벌 판권 기술수출 계약에 힘입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 1조6694억원, 영업이익 246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각각 전년대비 12.2%, 124.4%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136억원으로 전년대비 167.1% 상승했다.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는 ‘삼성가(家) 유전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치료 후보물질 CKD-510의 기술수출 성과가 꼽힌다. 총 13억500만 달러 규모(한화 약 1조7313억원)의 계약으로, 당시 반환 의무 없는 선급금으로 받은 8000만 달러(약 1061억원)가 지난해 매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앞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약개발 범주 확대를 통해 R&D(연구개발) 성과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4909억원, 2207억원, 1593억원으로 전년대비 1.97%, 39.6%, 56.84%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성과는 MSD에 기술수출한 MASH(대사질환 관련 지방간염, 구 N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진입에 따라 유입된 마일스톤, 자체 개발 개량·복합신약의 지속적 성장세 등이 이끌었다.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1위 매출을 달성한 한미약품은 원외처방 부문에서만 전년대비 10%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로수젯(이상지질혈증) 1788억원, 아모잘탄패밀리(고혈압 등) 1419억원,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치료제) 616억원과 비급여 의약품인 팔팔(발기부전) 425억원, 구구(발기부전·전립선비대증) 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도 지난해 4000억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한미약품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중국 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으로 이안핑, 이탄징 등 호흡기 질환 의약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3977억원의 매출과 978억원의 영업이익, 78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3개 분야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1조3753억원, 영업이익 1226억원, 순이익 1195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4%, 28%, 205%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대비 2%포인트(p) 상승한 11%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의 호실적은 국산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 등이 포진한 전문의약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효했다. 출시 2년차를 맞은 신약 펙수클루가 성장을 주도한 가운데 지난해 출시한 신약 엔블로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나보타는 미국, 유럽 등 빅마켓을 중심으로 미용시장에 이어 치료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매출은 8725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중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는 누적 매출 약 72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글로벌 미용시장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린 나보타는 14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진출한 나보타의 전체 매출 중 80%가 수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모두 1조3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올린 것 역시 호실적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중국 CS파마슈티컬즈와 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에 대한 4130억원 기술수출 계약 체결을 신호탄으로, 2월에는 브라질 제약사 목샤8(Moksha8)과 1150억원 규모의 엔블로의 중남미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미국 생명공학 투자회사 애디텀바이오의 자회사 비탈리바이오에 639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 치료 신약 후보물질 DWP213388의 글로벌 개발·상업화에 대한 권리를 이전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와 1220억원 규모로 항암제 DWJ108U(류프로라이드아세트산염) 데포 주사제 미국 내 임상 개발·상업화에 관한 계약을 체결, 또 엔블로 공급을 위해 러시아 제약사 파마신테즈와 77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마치기도 했다.  

다만 GC녹십자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주요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GC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1조6267억원으로 전년대비 4.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57.6% 감소한 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수출 부진과 코로나19 엔데믹에 의한 독감 백신의 이익 감소가 지목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 FDA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 개발명 GC5107)’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미국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튼 만큼 GC녹십자가 올해 실적 반등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는 올해 하반기 알리글로 출시는 물론 인도네시아 생산시설 기술 수출, 위탁생산(CMO) 상업 생산 계획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광동제약, 보령, JW중외제약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5114억원, 영업이익 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5.8%, 10.0% 증가한 수치다. 보령은 매출 8596억원, 영업이익 6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3%, 20.6% 증가한 수치다. JW중외제약은 매출 7500억원, 영업이익 9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9.6% 증가했으며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8.2% 상승했다. 

이 같은 국내 제약사들의 역대급 실적은 최근 몇 년 간 이어져 온 R&D 투자 확대 기조가 본격적인 성과로 전환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신약과 후보물질의 성과가 업계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며 "최근 강조돼 온 R&D 투자 중요성이 앞으로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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