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 제형 옵디보와 피하주사 제형 비교 3상 성공… 비열등성 입증
투약시간 축소, 다가온 특허 만료에 따른 경쟁력 약화 방어 가능해질 듯

옵디보. 사진=한국BMS제약
옵디보. 사진=한국BMS제약

[비즈월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SC(피하주사) 제형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동등한 성능을 입증하면서다.  

SC제형이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투약 시간을 큰 폭으로 줄여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따른 매출 감소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지난달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생식기암 심포지엄(ASCO GU 2024)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ccRCC)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 SC제형을 투여한 3상 임상시험 연구(CheckMate-67T)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옵디보 SC제형에 대한 최초 3상으로 신세포암 환자 495명에 대해 무작위로 옵디보 SC 또는 옵디보로 배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옵디보 SC제형은 1차 평가변수인 28일 동안의 평균 혈청 농도(Cavgd28)와 혈청 최저 농도(Cminss)에서 IV제형 대비 비열등함을 보였다.

2차 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에서도 마찬가지다. 맹검독립중앙심사위원회(BICR) 평과 결과 옵디보 SC제형 반응률은 24.2%로, IV제형(18.2%) 대비 비열등함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SC제형이 7.23개월, IV제형이 5.65개월이었다.

옵디보 SC의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IV형과 일치했다. 옵디보 SC의 국소 주사 부위 반응 발생률은 8.1%였고 일시적이었으며 3~4등급 이상반응(AE)의 경우 옵디보 SC 투여군(247명) 중 35%에서 발생한 반면 옵디보 IV제형 투여군의 경우 40.8%(245명)에서 발생했다. 

BMS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규제 당국에 허가 신청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옵디보는 최초의 PD-1 표적 면역관문억제제로 2014년 일본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한 5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승인을 받고 판매 중으로 2022년 기준 93억 달러(한화 약 12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28년에는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기존 치료제의 제형을 SC제형으로 바꾸는 이유 중 하나는 투여 시간을 1시간 이상에서 5분 내외로 줄여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외에 옵디보와 같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의 경우 특허 만료 이후의 경쟁력 약화를 방어할 수 있다.

특히 항암제는 다른 질환과 달리 대부분 IV제형이 차지하고 있는데 옵디보가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BMS가 SC제형 개발을 통해 판매 감소를 막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 글로벌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제품 중 SC제형 개발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은 물론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역시 마찬가지다.

로슈는 이미 지난해 유럽의약품감독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티쎈트릭 SC제형에 대한 승인을 권고받았다. 미국 특허 만료가 오는 2032년 6월로 가장 길지만 SC제형 개발에는 제일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이 세계 최초로 허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머크의 키트루다의 경우 특허 만료 시기가 옵디보와 같은 2028년이다. 일부 글로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특허 만료 이후 키트루다의 매출이 향후 5년 내 75%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SC제형이 성공적으로 출시된다면 매출 감소폭을 30%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선 글로벌 제약사들의 SC제형 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C제형 개발은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임과 동시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오리지널 제약사들에겐 특허 만료 이후 경쟁력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방어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다른 질환과 달리 암 질환 영역에서는 대부분 IV 방식이 사용되는데 IV 방식의 단점 개선과 특허 만료 이후 자체 시장점유율 보전 등의 이유로 SC제형 개발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옵디보 SC제형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IV 제형 옵디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와 오픈이노베이션 형태의 공동 개발에 들어갔으며 개발에 성공하면 오리지널 제품만이 존재하는 블루오션 SC제형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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