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로 2024 기술수출 스타트 끊은 'LG화학'
한미약품·동아ST·일동제약 등 '위고비'와 같은 'GLP-1 약' 개발 중

LG화학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사진=LG화학
LG화학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사진=LG화학

[비즈월드] 최근 LG화학이 비만치료제로 올해 첫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5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억500만 달러(한화 약 4014억원)로 지난 1981년 LG화학이 신약 연구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원), 개발과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대 2억5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다. LG화학은 리듬파마슈티컬스가 LB54640의 판매 시 연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매년 별도로 수령한다.

희귀비만증은 MC4R(포만감 신호 유전자) 작용경로 등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비만증이 심화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보통 소아 시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LB54640은 세계 최초의 경구 제형 MC4R 작용제로, 임상 1상 결과 용량의존적 체중 감소 경향성과 안전성이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희귀비만증 환자 대상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LG화학의 이번 사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비만치료제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의 중요한 화두로 꼽히고 있다는 방증과 같다.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에서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펼치는 H.O.P프로젝트.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에서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펼치는 H.O.P프로젝트. 사진=한미약품

현재 국내 기업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이 비만신약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개발명 HM11260C)'는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2달 반 만인 최근 최초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에 들어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주 1회 제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로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호르몬 유사체로 작용한다. 국내 임상을 통해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맞춤형 '한국형 비만약'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임상 3상 시험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으로 진행되며 임상 종료는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된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해당 치료제가 포함된, 비만 치료에서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H.O.P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 총 5종에 이르는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또 에페글레나타이트의 상용화 이후 자사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의 생산을 통해 국내 비만 환자들에게 보다 경제적 비용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약물 접근성과 지속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아ST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 후보물질 'DA-1726'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뉴로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만 연구를 위한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올해 상반기에 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 해당 1상을 종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와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티드 대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일동제약은 GLP-1 수용체 작용 기전의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ID110521156’에 대해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인 ID11052156은 기존 주사 제형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경구용 합성의약품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구용인 ID11052156은 주사 제형의 기존 치료제보다 생산성과 안전성, 환자 투약 편의성 모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임상 실험에서 인슐린 분비와 혈당조절 등의 유효성은 물론 동일 계열의 경쟁 약물보다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일 인벤티지랩과 비만 치료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인벤티지랩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비만치료제 ‘IVL3021’을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한 제형 최적화 작업과 초기 개발 및 제품 생산을 수행한다. 유한양행은 후기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과 동일하게 식욕 억제를 돕는 물질로,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성분이다.

이외에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함께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를 개발에 돌입했다. 지난해 식약처에 임상 1상 계획을 신청했고, 위고비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R&D(연구개발) 전문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와 함께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해 초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이 준비 중인 마이크로니들 비만치료제는 팔·복부 등 각질층이 얇은 부위에 1주일에 한 번 붙이기만 하면 된다. 신경세포를 건들지 않아 통증이 없으며 기존 주사제와 비교할 때 동일한 약효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ADC(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이 올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분야 중 하나"라며 "전 세계는 물론 국내 비만 유병률이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비만치료제 시장은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경쟁에 뛰어든 만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자살 충동 부작용이 있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현지 시간) FDA가 "당뇨병 치료제 겸 비만 치료제인 GLP-1 수용체 작동제 계열 약물과 자살 충동의 명확한 연관 관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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