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등 금융투자소득 세금…기존 연기서 '폐지' 가닥
저평가 국내 주식 부양 효과 기대…"선거 포퓰리즘" 비판도

사진은 신한투자증권이 정리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내용. 사진=신한투자증권
사진은 신한투자증권이 정리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내용. 사진=신한투자증권

[비즈월드] 정부가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을 약속하면서 한국 증시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자 감세·모호한 과세 기준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 증권·파생시장 개장식'에서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됐다. 금융투자상품(주식·채권·투자계약증권·집합투자기구·파생결합증권·파생상품) 투자자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연간 20~25%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 과세 시기는 본래 지난해(2023년)였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2025년으로 미뤄졌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하며 전면 폐지 의지를 드러냈다.

소액 투자자인 일명 '개미'들은 해당 정책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미들 사이에서는 국내 금융투자상품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면 외국인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들이 미국 증시 등으로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유안타증권·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코스피)의 지난 2021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는 1.1배로 타 국가(S&P500 4.8배, 닛케이225 1.9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을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증시 부양 효과가 있는지 검증된 바 없지만 소액투자자들의 투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호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세 도입은 증권거래세 인하와 함께 결정된 정책이다. 증권거래세는 수익·손해 여부와 상관 없이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증권거래세의 대안으로 나온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조세기본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부자 감세'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수익 5000만원 이상을 거둔 투자자는 20만명으로 전체 투자자 중 0.9%에 불과하다"며 "극소수 주식부자에게 막대한 세금혜택을 주는 것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투자소득과 자본이득을 구분하는 분류과세를 시행 중으로 금투세 도입이 무산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이탈하게 된다"며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또 달라질 정책"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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