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뿐 아니라 대리외상에도 관심 필요

연합 심포지엄 ‘재난경험자를 위한 심리적 개입’ 참여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연합 심포지엄 ‘재난경험자를 위한 심리적 개입’ 참여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비즈월드] 서울심리지원센터 4개소(동남, 동북, 서남, 중부)가 지난 27일 서울시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유정인·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주최, 한국심리학회가 후원한 연합 심포지엄 ‘재난경험자를 위한 심리적 개입’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김정호 서울심리지원 동북센터장의 환영사와 함께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주제 발표와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축사에서 강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러 재난이 발생하면서 PTSD 등 재난의 영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에 대한 공적 개입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매우 시기적절하게 진행되는 심포지엄”이라면서 “서울 시민의 재난심리지원에 있어서 서울심리지원센터 각 권역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 위원장은 “서울심리지원센터 종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들의 역할이 좀 더 부각될 필요가 있다”라며 “오늘의 심포지엄을 통해 재난경험자들을 위한 적절한 심리적 개입 방안을 일반 시민들도 많이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시장도 “가벼운 우울부터 보다 고위험군까지 포괄하면서 서울 시민의 심리적 장애 예방과 행복증진을 위해서 설립된 서울심리지원센터가 재난 심리지원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처럼 많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며 “재난 이후 생존자들이 생존 이후의 삶을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간접 경험 하는 시민들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서울시 또한 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심리적 회복과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축사를 하고 있는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사진=손진석 기자
축사를 하고 있는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사진=손진석 기자

주제 발표에서 최윤경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재난경험자의 심리적 돌봄과 회복을 위해서는 심리적 응급 상황에 훈련된 전문요원들이 재난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피해자들의 심리적 손상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한 실제적 개입 방법을 소개하며 이런 심리적 개입이 재난경헙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재난심리지원체계의 구축과 운용,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윤경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최윤경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다음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장은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사건의 목격자나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경우처럼 재난을 간접경험하게 되는 경우뿐 아니라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게 되는 현장인원들, 즉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관, 수사요원, 기자 등의 대리외상이 심각함을 일깨웠다. 

장 교수는 “재난을 본인이 직접 경험해서도 문제가 되지만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거나 혹은 지원해주는 당사자들도 경험할 수 있다”며 “대리외상 경험자들도 직접 피해자들과 동일한 증상을 겪을 수 있고 이들에게도 치료적 개입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는 대리외상을 많이 경험하는 공무원, 소방관, 경찰, 상담사 등 현장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법률 조례와 법적 보호가 부족한 상황”임을 지적하며 관련 정책의 마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장은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장은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트라우마 후 회복을 위해서는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전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지원 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회적 지지를 통해 재난 경험자들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지지와 보호를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므로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아울러 심리지원을 위한 기관과 재난심리지원 전문가 양성에 대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상담하는 상담사도 대리외상자가 될 수 있음과 대리외상경험자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을 공공 영역에서 제도화하고, 국민에게도 대리외상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공익광고 등을 통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있었다.  

토론에 참여한 경찰청 감사관실 인권보호계 김효정 박사와 고진영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위원장은 경찰과 소방 현장에 종사하면서 본인들이 직접 겪은 대리외상 경험과 동료들의 대리외상 경험에 대해서 생생하게 증언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소방관 공·사상자는 662명, 순직자는 4.2명, 자살자는 11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그나마 많이 거론되고 있는 외상후스트레스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재난경험자를 위한 심리적 개입’ 연합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재난경험자를 위한 심리적 개입’ 연합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동료순직이나 많은 희생자를 낸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공무원에게 심신안정휴가 제공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육이나 조치가 없음을 이야기하였는데, 임용 초기 6개월간 진행되는 소방관 교육에서도 구조에 대한 교육만 있을 뿐 소방관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인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얘기했다.

다른 토론자인 김영숙 서울심리지원 제 3권역(서남)센터 팀장은 정신건강 기관들이 체계적, 효율적으로 재난 심리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재난시 연락 체계가 일원화되어 일선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경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에 대한 심리지원 서비스 제공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국가와 시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할 때이며, 일시적 지원이 아닌 상시적 정신건강 시스템에 포함될 필요가 있으며, 재난 발생시 대응 매뉴얼과 근본적인 차원의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중규 대구대학교 재활심리학과 교수는 토론 내용을 종합하면서 “재난 이후 급성기에는 국가나 시 차원에서 운영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급성기에도 시민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지속되기 때문에 지속적, 체계적으로 이를 관리하고 지원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 현재 서울시에 네 곳 뿐인 서울심리지원센터를 각 권역을 중심으로 확대,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마무리 했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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