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올원시럽카드' 등 적자 감당 못하고 발급 중단… 올해 281종 단종
기상천외한 방법 수백만원씩 혜택 챙겨… 적립률·할인처 등 비슷해져

카드사들이 업자 중심으로 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두고 단종, 신용카드 정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알짜 혜택으로 입소문을 탄 신한카드의 '더 모아 카드' 내용. 사진=신한카드
카드사들이 업자 중심으로 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두고 단종, 신용카드 정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알짜 혜택으로 입소문을 탄 신한카드의 '더 모아 카드' 내용. 사진=신한카드

[비즈월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체리피커' 고객을 두고 카드사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혜택 축소, 보수적인 상품 설계 등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오는 29일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인 고객 890명에 대해 소명·안내 절차를 거쳐 신용카드를 정지할 예정이다.

해당 고객은 본인·지인·가족 등의 '신한 더모아 카드'를 이용해 부정 사용한 사례다. 더모아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카드로 혜택이 타 카드 대비 압도적으로 좋아 부정 사용 전력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A약국 주인은 B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하고 B약국 주인이 A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해 양측이 매출과 혜택을 모두 챙겨왔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890명은 모두 약사 또는 지인·가족이다. 이들은 한 달에 100만원의 포인트를 적립하는 등 혜택을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들은 비정상적인 체리피킹이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고객이 정당한 혜택을 보는 것과 구분하기 어려워 적발이 어려운 데다 보험 사기처럼 조직적인 조작이 발생하기에 경찰 등 유관기관의 협조도 받아야 한다. 신한카드 적발 건의 경우도 수년에 걸쳐 위법 행태가 벌어졌다.

업계에서 회자되는 대표 체리피킹 카드는 'NH올원시럽카드'다. 매월 결제금액 100만원 당 5만원에 해당하는 모바일상품권을 지급했는데 여러 카드를 발급해 모바일상품권을 휩쓰는 쪼개기 방식이 유행하는 등 체리피커들이 대거 몰렸다. 결국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발급 중단됐다. 

이 외에도 '롯데 VEEX 카드', '크로스마일카드', '리워드360 체크카드', 'KB국민혜담카드' 등이 체리피커들의 표적이 돼 사용이 중단됐다. 올해도 지난 9월 기준 281종 카드가 단종되는 등 좋은 혜택의 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체리피킹의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해 수백만원씩 혜택을 보는 이들 때문에 단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는 카드업계 실적이 좋지 않아 단종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피하고자 비슷한 혜택의 비슷한 적립률을 고수하고 있다. 2% 이상 적립을 보장하는 경우도 드물고 문화·생활·라이프 등 혜택 구분에서도 다수 카드사가 대동소이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카드와 IBK기업은행의 나라사랑카드는 PX 할인과 군 공중전화요금, 대중교통·CGV·놀이공원 할인 등 대표 혜택이 대부분 동일하다. 혜택률과 할인 한도만 약간 달라 소비자 입장에서 어느 한쪽에 장점을 느끼기 어려운 정도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인스타 팔로워 수마다 혜택을 제공하는 등 특별 혜택을 담은 카드는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혜택 총량은 어차피 정해져 있다'며 "본인의 소비 패턴을 점검하고 맞춤형 혜택을 갖춘 카드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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