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얀센에 ADC 후보물질 ‘LCB84’ 기술이전…역대 단일물질 중 최대
이번 계약 포함 올해 국내 기업 기술수출 총 20건 약 7.8조 규모 성과 올려

202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실적.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실적.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비즈월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새 역사를 썼다.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인 얀센에 약 2조2000억원의 기술수출 빅딜을 성공시키면서다. 

본래 올해 기술수출 성적은 지난해보다 계약 규모가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지만 레고켐바이오의 뒷심 발휘로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미국 얀센 바이오텍과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LCB84’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LCB84는 삼중음성유방암,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로 암세포에 특이하게 발현되는 ‘Trop2’라는 항원을 치료 목표로 삼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얀센은 LCB84의 전 세계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권리를 갖고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상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얀센이 단독 개발 권리를 행사한 이후에는 얀센이 전적으로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책임진다.

계약 규모는 최대 17억 달러(약 2조2400억원)다.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원)와 단독 개발 권리행사금 2억 달러(약 2600억원), 개발·허가·상업화 등에 따라 발생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여기에 포함된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순매출 발생에 따라 별도의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이번 계약 규모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단일물질(복수물질·플랫폼 및 반환된 기술 이전 제외) 기술 이전 중 최대 금액으로 기술 개발이 중간에 종료되더라도 파트너사에 반환할 필요 없는 선급금은 물론 단계별로 성공해야 받는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규모 역시 단일물질 중 가장 크다.

특히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신약후보물질, 플랫폼 등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모두 20건으로 집계됐다. 

레고켐바이오 소식 이전까지 올해 기술수출 건수는 19건, 약 5조7000억원(비공개 계약 제외) 규모로 확인됐다. 16건, 약 6조원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3건 많지만 계약 규모 자체는 적었다. 

그러나 레고켐바이오가 얀센과 이번 빅딜을 성사시키며 올해 업계의 기술수출은 20건, 약 7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세부적으로는 GC셀, 이수앱지스, 진코어, HK이노엔, 대웅제약, 차바이오텍, 온코닉테라퓨틱스, 바이오오케스트라, 카이노스메드, 이뮤노포지, SK바이오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지아이이노에이션, 종근당, 오름테라퓨틱, 피노바이오, 레고캠바이오 등 모두 17개 기업이 기술수출에 성공했으며 이 중 대웅제약은 4건의 계약을 체결하며 가장 건수가 많았다.

올해 이 같은 성과를 낸 배경에는 기업들의 '막판 뒷심'이 있었다. 올 11월과 12월에 종근당과 레고켐바이오의 대형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레고켐바이오에 앞서 종근당은 지난 달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와 신약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최대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체결한 바 있다. CKD-510은 종근당이 지난 2010년부터 연구해 자체 발굴한 물질로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로 불린다. 

업계에선 올해에 이어 내년 기술수출이 기대되는 분야로 ADC를 꼽는다. 2023년 한 해동안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기술수출을 주도한 것은 물론 레고켐바이오의 성과가 ADC분야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한파로 인해 해외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ADC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기술수출과 거래는 활발했다"며 "글로벌 ADC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인 만큼 레고캠바이오와 같이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들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제약바이오 반등 가능성 진단 보고서'를 통해 "2018~2023년 거래된 ADC 딜은 총 150건"이라며 "이는 2015년 전후 면역항암제 계약 건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ADC 분야의 추가적인 대형 기술이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2024년에도 ADC, 이중 항체,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지속적인 대형 기술 이전 발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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