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비즈월드 DB
카카오뱅크. 참고사진=비즈월드 DB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양사는 그 동안 줄곧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해 왔지요. 대주주인 KT와 카카오는 당연히 반기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모두 투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쟁도 피할 수 없습니다.

여야는 지난 8일 3당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이와 관련된 법안은 2년 전 이미 국회에 제출된 사례가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 간사인 정재호 의원이 2016년 11월 4일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그것입니다. 이번에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도 이 법안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대기업 사금고화 방지를 위한 규제 강도입니다. 여야의 대립과 논쟁은 그래서 사금고화 방지를 위한 대주주 지분 상한선을 얼마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IT기업에게 최대 34%까지 지분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대주주에게는 신용공여를 금지하며,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을 은행이 취득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 체제로 이행함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는 838억원, 카카오뱅크는 10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6조8000억원이었으며 연말까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도 개선돼 올해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는 추가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도 자생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사정이 다릅니다. 올해 6월말 기준, 대출잔액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유상증자도 실패했습니다. 자본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KT가 추가 자본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경쟁자까지 생긴다면 케이뱅크로서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해 다자간 경쟁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롭게 인가를 받게 되면 이들은 사활을 건 금리 전쟁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금융권 전체로 파급돼 전반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초래해 서민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대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입장에서는 경쟁의 심화로 인해 수익률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은행과의 경쟁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일반은행들은 요즘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인터넷 뱅킹 분야 투자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도 조원 단위입니다. 이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경쟁이 심화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먹잇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국회에서 특례법이 통과하면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경쟁과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이합집산 또는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금융권이 시장 경제의 모범적인 사례로 정착할 것이고 그 결과는 금융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바램이 현실화될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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