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FCP와 대립… 연임 우선 심사 조항 폐지로 '안갯속'
백 사장 ‘4연임 도전’ 여부 아직… KT&G "이달 중 사장 선임 절차 시작"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백복인 KT&G 사장의 4연임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KT&G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백복인 KT&G 사장의 4연임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KT&G

[비즈월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백복인 KT&G 사장의 4연임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9년째 KT&G 수장 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CEO 집권 기록을 세웠지만 행동주의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의 대립, KT&G 이사회의 '연임 우선 심사 조항' 삭제 결정 등으로 연임 도전에 암초를 만나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G 이사회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규정의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KT&G 이사회가 해당 조항을 규정으로 못 박은 건 지난해 초로 알려졌다. 이는 백 사장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2021년 이후로,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외풍 논란이 반복됐던 양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만약 해당 규정이 존속됐다면 백 사장이 첫 수혜자가 될 수도 있었다. 

KT&G 이사회는 현직 사장 우선 심사 조항 폐지에 대해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KT&G의 사장후보 검증은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의 3단계로 진행되며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전원 구성된다.

이 같은 KT&G 이사회의 '현직 사장 프리미엄' 무력화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계속되는 FCP의 압박이 무관치 않았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현직 사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여론의 인식, 지배구조 고도화를 위한 사장 선임 프로세스의 변화 등의 이유로 인한 KT&G의 자발적 조치일 수 있지만 내년 정기주주총회가 다가올수록 FCP의 공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FCP는 이달 1일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7일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

FCP는 백 사장 체제 KT&G에 대해 "매출은 40%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17% 감소하며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박한 평가를 내리고 차기 사장 후보는 검증 기간을 충분히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공문이 발송된 지 얼마 되지 않은 8일 KT&G 이사회가 사장 후보 심사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KT&G는 연임 우선 심사권 폐지는 수 개월 전부터 내부 논의를 거쳤고 FCP 요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도 백 사장이 재연임 도전에 대한 공식적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백 사장의 거취에 대한 정확성 높은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다.

백 사장은 2015년에 처음 임명돼 2018년, 2021년에 재연임에 성공하며 현재 세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최초의 공채출신 대표라는 점에서 기업 내부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실제로 공사 민영화 이후 곽영균·민영진 사장은 6년 이상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백 사장은 9년 동안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KT&G는 백 사장의 부임 이후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백 사장 취임 당시 4조원대에 머물던 KT&G의 매출액은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무려 6조원에 육박했다. 

다만 최근 수익성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KT&G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3957억원, 영업이익 3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 2분기 역시 각각 1조3360억원, 31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는 물론 전 분기와 대비해서도 더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3분기 매출액은 1조6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67억원으로 0.3% 늘었다. 해외 궐련사업과 부동산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했으며 그룹 연결기준 사상 최고 분기 매출액을 기록했다. 

본업인 국내 궐련 시장 점유율도 올 3분기 66.8%를 기록,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견고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외형성장 대비 저조한 성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 전자담배 시장에서 2위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점, 수익성 지표 개선 필요성 등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KT&G는 이달 중으로 사장후보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장 선임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관련 절차가 진행되면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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