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등 재계 이어 전통제약사 오너가 승진 인사 잇따라
”신사업 경영 통한 성과 부각, 가업승계 발판 마련이 이유”

(왼쪽부터)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조규석 삼진제약 사장, 최지현 삼진제약 사장,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백인영 대원제약 상무. 사진=각 사.
(왼쪽부터)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조규석 삼진제약 사장, 최지현 삼진제약 사장,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백인영 대원제약 상무. 사진=각 사.

[비즈월드] 연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 승계의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젊은 리더십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가하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 롯데 등 대기업은 물론 삼진제약, 광동제약, 대원제약 등 전통제약사들의 오너 2~4세 임원 승진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최 신임 본부장은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입사 이후 6년 만에 임원 뱃지를 달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 기록을 세우게 됐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을 거친 최 신임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복직해 지난 1월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본부장이 된 것.

부사장으로 승진해서는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업개발본부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두 번째 제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인사와 함께 사업개발본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했다. 앞서 전략투자팀을 이끌었던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개발 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올라섰다. 신 신임 전무는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의 초대 실장에 낙점됐으며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관리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며 바이오 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미래 성장의 핵심인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글로벌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어나갈 전망이다.

삼진제약은 최근 오너 2세인 조규석 경영관리 및 생산 총괄 부사장과 최지현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며 2세 경영의 본격화를 알렸다. 발령 일자는 내년 1월 1일이다.

승진과 함께 최지현 사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연구개발(R&D) 총괄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됐다. 두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최용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삼진제약의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삼진제약은 1941년생 동갑내기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지난 1968년 공동 창업해 오랜 기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온 제약사로 지난 2021년 두 회장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같은 해 말 최 회장의 장녀 최지현 전무, 조 회장의 장남 조규석 전무를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 부사장과 조 부사장은 각 2009년과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후 2015년 말 이사, 2017년 말 상무, 2019년 말 전무로 나란히 승진한 바 있다.

영업 총괄본부장이자 조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전무, 경영지원·기획·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이자 최 회장의 차녀인 최지선 전무도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광동제약에선 최성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신임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해 2000년 영업본부장, 2004년 부사장, 2013년 대표이사 사장, 2015년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광동제약은 최 신임 회장 지휘 아래 식·의약품을 아우르는 천연물 사업에서 핵심 역량을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대원제약의 오너 3세 백인영 이사도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상무로 승진한다. 

대원제약은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백인영 이사는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하고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2021년 이사로 승진, 현재 회사 내에서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백승호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사장은 올해 초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며 이미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오너가 자제들의 승진 움직임에 대해 대기업의 경우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서의 경영 능력 부각을 위해, 전통제약사의 경우 본격적인 가업 승계 작업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계 오너 자녀들이 바이오 계열사 주요 보직에 배치된 건 대기업들의 기존 주력 사업들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라며 "제약·바이오는 향후 성장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타 산업에 비해 오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성공할 경우 경영 능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의 경우에는 최근에는 지배구조의 취약점 등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소유와 경영권을 일부 분리하는 사례도 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제약사들은 가업승계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최근 이어진 인사 역시 그 작업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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