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기업 사전 규제 위한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중
민주당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및 유럽연합의 DMA와 유사
재계서 기업 경쟁력 저해 등 부작용 초래할 '무리수'라는 비판 나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비즈월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디지털 시장법(DMA)'과 유사한 내용으로 플랫폼 기업의 매출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지배적 사업자'로 간주, 자사우대 금지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한 데다 이 법안이 민주당이 만든 온플법안과 흡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혁신 저해를 우려하는 재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데다 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법안 추진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 윤 정권의 정부부처가 민주당이 제정한 법안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주요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여당 지도부에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지난주 보고했다.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들과 토의 안건으로 올려 방향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기획재정부 등에는 법안 추진 내용을 보내고 의견 조회까지 요청했다.

공정위는 이 법 제정을 통해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지정 사업자는 매출이나 이용자 수, 시장 점유율 등과 같은 정량 및 정성 요건을 고려해 정하는데 이 기준을 넘으면 규제한다는 것.

규율 내용과 관련해선 '4개 대표 반칙 행위'인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를 금지하겠다고 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 임시 중지 명령을 도입하거나 공정거래법과 비교해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올 들어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제정해 자사우대·끼워팔기 등을 규제하겠다며 입법안을 추진해 왔다. 공정위는 이번 법안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사업자는 항변권을 보장하면서 의견 제출 기회와 지정 철회 신청 등을 받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작동할 지 미지수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안이 민주당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주요 부처 일각에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무관심한 상황에서 현 정부 경쟁당국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며 규제 법안을 강행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여당은 물론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법안 심사 일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온플법을 정무위 법안소위 등에 상정하지 않을 방침인데 정부의 경쟁당국이 이를 '부활'시켰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비판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공정위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법안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힌 유럽연합(EU) DMA와 유사하다. EU는 연 매출 75억 유로(한화 약 10조6000억원), 시가총액 750억 유로(한화 약 106조원), 월간 플랫폼 이용자 4500만명 및 3개국 이상 진출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다.

게이트키퍼 기업은 자사우대 금지, 이용 사업자의 판매 자율권 허용 등 규제를 받고 이를 어기면 매출에서 최대 10% 과징금이 부과받는다. DMA의 특별 규제 대상은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사로 애플은 이에 반발해 지난 11월부터 EU에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EU의 DMA는 미국의 플랫폼을 사전에 규제해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재계의 반대에 직면한 상태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다양한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데 그동안 토종 플랫폼 기업 육성에 한발 늦은 유럽이 '미국 기업들에 징벌적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한국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은 구글이나 애플 등과 같은 거대 글로벌 공룡 기업과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다.

실제로 미국 씽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DMA같은 법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DMA는 새로운 규정 준수를 위한 비용 양산, 기업 가격 인상 등을 야기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비판 의식을 의식해 공정위는 올해 중순 EU식 사전규제보다 독일 등 수위가 낮은 플랫폼 규제안을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규제할 플랫폼을 사전에 정해 규제 칼날을 들이대는 '초강수'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국무회의에 상정한 온플법에 대해 논의를 거쳐 공식 발표 시기를 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 말까지 법안 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온플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안과 비슷한 규제법을 추진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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