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내부통제 전문가 선임… 창업 멤버 용퇴한 미래에셋
대형사·중소형사 CEO 교체 여부 '촉각'… PF 부진 등 책임 물을듯

증권업계 대표 장기 CEO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왼쪽)과 최희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증권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사진=각 사 -
증권업계 대표 장기 CEO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왼쪽)과 최희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증권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사진=각 사 -

[비즈월드]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 등 업계 장수 CEO(최고경영책임자)들의 하차가 잇따르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업황 부진과 내부통제 실패를 두고 혹독한 인사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임원진을 대거 교체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 등 미래에셋증권 창업 멤버들이 물러났고 메리츠증권의 경우 최희문 부회장이 지주로 자리를 옮겨간다.

미래에셋증권의 기존 김미섭·허선호·이정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각각 글로벌·WM사업부·홍콩법인에서 두각을 드러낸 경영진이다. 메리츠증권의 장원재 신임 대표 내정자는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은 자산운용·금융 전문가다. 

미래에셋과 메리츠의 공통점은 교체 대상에 오른 대표들이 업계 내 잔뼈가 굵다는 점이다. 최현만 회장은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을 공동 창업했고 메리츠 최희문 부회장은 13년간 임기를 이어온 장수 CEO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실적 부진과 내부통제 관리 실패에 따른 국면 전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252억원으로 전년 동기(3425억원) 대비 34.3% 감소했고 메리츠증권의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3245억원으로 30.8% 급감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거래정지 직전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래 정지 전 사전 취득된 정보를 활용해 부정거래를 했다는 혐의다. 최 부회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국정감사와 압수수색 등 전방위 압박이 강해지는 모양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내정자는 삼성증권에서 CRO(최고위기관리책임자), 메리츠화재에서 리스크관리팀장(상무), 메리츠금융·화재 CRO를 맡을 만큼 내부통제 부문에서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새 인물 등용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타 증권사들도 실적 부진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손실 등 업황 부진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의 가능성이 커졌다. 키움증권의 경우 일찍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의 여파로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이 사퇴하고 황현순 사장이 사임을 결정했다.

현재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등 주요 증권사들의 CEO들이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대행사 보수 미지급과 기술 탈취 의혹 등을 해명했고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도 다시 불려 나온 라임·옵티머스 이슈에 휘말렸다.

이러한 여파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등 중소형사 수장들의 연임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도 업계 전반의 실적이 부진한 지금이 인적 개편을 시도하기 좋은 시기"라며 "금융 당국에서 내부통제 관련 압박이 심해지고 업황 개선도 절실한 만큼 대규모 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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