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해 보건·헬스 산업 육성하는 중동
루닛·대웅제약·메디톡스·SK바이오팜 등 사우디·아랍 진출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를 방문한 사미 빈 이브라힘 알 후세이니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청장(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루닛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를 방문한 사미 빈 이브라힘 알 후세이니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청장(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루닛

[비즈월드]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중동 국가들이 보건·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본격화 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이 한층 강화되며 의료 AI(인공지능) 솔루션부터 신약까지 국내 기업의 R&D(연구개발) 노력의 결실도 현지에서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사우디 주요 대형 의료기관 5곳과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루닛의 AI 솔루션이 공급될 현지 의료기관은 ▲사우디 국방보건부 산하 내셔널 가드 병원 ▲킹 압둘아지즈 메디컬시티 ▲술라이만 알-하빕 메디컬 그룹(HMG) 계열 ‘알 타카수시 병원 ▲알 무사 스페셜리스트 병원 ▲시큐리티 포스 병원 등이다.

이번 공급 계약은 ‘헬스케어 샌드박스’ 참여 이후 긴밀한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결과다. 헬스케어 샌드박스는 사우디 보건부(MoH)가 보건의료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국가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고자 마련한 디지털 의료혁신 프로젝트로 루닛은 지난 달 국내 기업 최초로 공식 참여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샌드박스 참여에 따라 루닛은 사우디 보건부 산하 세계 최대 규모 공공의료 가상병원 'SEHA 가상병원(SVH)'과 루닛 AI 솔루션 확대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3개월 간 실증사업(PoC)도 진행할 계획이다.

코어라인소프트도 지난 달 아랍에미리트(UAE) 종합 의료 기업 'MHC'와 AI 의료 솔루션 '에이뷰(AVIEW)' 9개 제품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이뷰는 AI 기반 폐결절 자동 분석 설루션, 딥러닝 기반 결절 자동 검출 보조 기술, 관상동맥 석회화 자동 진단 설루션 등 기능을 가진 제품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MHC가 코어라인소프트의 AI 솔루션 에이뷰 9개 제품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UAE, 이집트 등 중동 지역 7개국에 대한 독점 판권을 부여 받아 현지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한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6년 10월 10일까지로 이후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두바이와 이집트 의료 시장도 진출했다. 

MHC를 소유하고 있는 재단이 운영 중인 두바이 영상센터(IRC)가 최근 에이뷰 솔루션을 도입하면서다. 두바이 아부다비에 있는 건강검진 전문병원 버질(burjeel)도 현재 에이뷰를 구매 전 시범 이용 중이다.

또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흉부종양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이집트 오피니언 리더, 기관들과 폐암 검진 프로젝트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신약 승인, 기술수출 등을 통해 최근 신흥 제약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중동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먼저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2월 사우디, UAE 등 중동 16개국에 5년 간 1회용 점안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이라크 파트너사와 5개년 독점공급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8월 사우디 식약청(SFDA)에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국산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품목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며 중동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약 1조2200억원 규모로 중동에서 가장 크다. 여기서 엔블로가 속한 SGLT-2 억제제 계열 시장은 1534억원 규모로 지난 2년간 약 2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사우디, 알제리를 포함한 중동 15개 국가에 항암제를 수출하고 있다. 중동지역 수출규모는 작년 기준 연간 400만 달러다.

노형주 성형외과 전문의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뉴라미스 론칭 심포지엄'에서 현지 피부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노형주 성형외과 전문의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뉴라미스 론칭 심포지엄'에서 현지 피부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약 2년 전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으로 중동에 진출했던 메디톡스는 올해 8월부터 사우디에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뉴라미스가 출시된 중동 국가는 사우디와 이라크, 시리아, 오만 등이다. 뉴라미스의 사우디 출시 당시 메디톡스는 사우디 현지 파트너사인 '아미코 그룹'과 ‘뉴라미스’의 중동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미코 그룹은 안과·신경과·정형외과 영역에 강점을 지닌 종합 유통사로 중동 전역에 광범위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메디톡신의 사우디 출시 2년 만에 톡신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 확보하며 뛰어난 영업력을 입증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뉴라미스의 중동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 MT10109L 기반 두바이 현지 생산 공장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8월 중동지역 대표 제약사 중 하나인 히크마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기술수출 계약·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세노바메이트는 히크마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16개국에 판매된다. 

업계에선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보건·헬스케어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헬스케어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가로 꼽으며 국가 간 협력관계를 다지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중동의 자금력과 한국의 기술력이 합해지면 큰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출한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동 국가와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을 함께 고민하는 등 '동반성장' 전략을 채택해야 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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