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따로 노는 정부 부처 간 수출 기준에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속이 타고 있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계의 '간접수출'을 두고 '약사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라는 철퇴를 빼들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 이로 인해 휴젤·메디톡스·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 등 6곳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 판매를 정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의 처분이 내려진 같은 달 14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도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없이 최소 수십억 원에서 최대 1300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 수출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6개 회사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당 업체들은 간접수출에 대한 법리적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부당한 제재라며 곧바로 법원에 식약처의 허가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시에 식약처의 처분 취소를 다투는 소송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오는 7월 6일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와 보툴리눔 톡신 간 대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도 같은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으며 지난해 11월에도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이 같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해당 기업들은 즉각 반발하며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었다.

일단 혼란이 기인하는 지점은 국가출하승인 제도와 약사법에 대한 해석이다.

국가출하승인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톡스와 백신, 항독소 등의 제품에 대해 시중 유통 전에 국가에서 품질을 확인하는 '품질 이중 점검' 제도다.

식약처는 의약품 취급 권한이 없는 국내 업체에 수출을 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불법 내수 판매로 간주, 약사법상 식약처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톡신 업체들은 "지난 1999년 약사법 개정 이후 약사법에선 수출 항목이 제외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외무역법령에 따라 이 같은 간접수출이 정부가 인정하는 수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과 관련한 사항은 이미 개정 약사법에서 대외무역법으로 이관돼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에 국가출하승인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출하 승인을 받아야 하나 수출을 목적으로 수입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저 법에 따라 정리하면 될 문제 아닌가. 그러나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쟁점에서 핵심 사안은 식약처와 민간 기업 간의 표면적인 대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들의 '간접수출'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전부 제각각이며 그 근본적인 문제가 몇 년 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식약처와 검찰은 보툴리눔 톡신의 간접수출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외무역법 등이 허용하는 수출의 범위에는 간접수출과 수출대행업체를 통한 수출까지 포함된다.  

사실 검찰도 몇 년 전에는 이번 조치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었다. 

지난 2016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의약품 간접수출과 관련한 사건(2016형제44811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판결문을 통해 ▲피의자(제조업자)기 수출 목적으로 해당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 점 ▲피의자가 각 수출입업체들과 거래 시 수출신고번호를 입력해야만 발급되는 외화획득용원료‧기재구매확인서를 교부 받은 후 간접 수출한 점 ▲피의자가 수출업자에게 영세율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점 ▲실제 수출업체 중 리포빈 주사제 전량을 수출한 업체도 있었다는 점 등을 들며 해당 사항은 내수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간접수출에 대한 정당성은 사실 이때 이미 법원 판례로 증명이 된 것.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부 부처 간 수출 규정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음이 크다. 

대통령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상황에 이 같은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정부 내부에서 수출과 같은 중요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심도 충분히 나올 만 하다.

더 이상 정부 부처 간 불통행정으로 민간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을 없어야 한다. 선례도 충분히 있다. 이제는 정말 부처 간 소통이 필요한 때다. 나아가 기업들과의 소통을 통해 간접수출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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