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후 '2Q 버팀목' 에어컨 대신 선풍기 매출 급신장
판매 부진 막으려 너도나도 '에너지 소비 효율' 강조 마케팅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무풍에어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무풍에어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비즈월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이 코앞이지만 가전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2분기 실적은 에어컨 판매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업계는 저전력·고효율 제품 마케팅을 돌파구 삼아 경쟁에 나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8원 상승했다. 기존보다 5.3% 더 오른 가격이다.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을 332㎾h로 계산할 때 가구당 매월 전기요금은 약 3000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요금이 4~5월 사용분에 소급되진 않지만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세 차례, 올 1월 한 차례 인상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올랐기 떄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가전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가전제품의 판매 부진을 부추길 수 있다. 2분기 실적의 버팀목이 돼 왔던 에어컨의 수요 역시 급감할 수 있다는 의미.

실제로 최근에는 에어컨보다 그간 세컨드 가전으로 밀려났던 선풍기가 더욱 인기를 얻는 모양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이마트의 선풍기 매출 신장률은 313.5%에 달했다. 반면 에어컨 매출 신장률은 7.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가전업계는 자사 제품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강조한 마케팅에 나섰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초 2023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를 출시하며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더 줄인 초절전 모델을 선보였다.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를 포함해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 등은 기존 1등급 제품 대비 각각 최대 30%·22%·10% 효율성이 높다. 항공기 수준의 초정밀 가공기술을 적용한 컴프레서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AI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게 핵심이다.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에너지를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미리 설정해 둔 목표 사용량이나 누진 단계에 도달하기 전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갖췄다. 이를 활용하면 전력 사용량이 최대 70% 추가 절감된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 역시 각 제품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기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월 출시한 '휘센 타워에어컨'의 경우 전 라인업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추가했다. 휘센 타워 에어컨 최고급 라인업에는 레이더 센서로 사람 움직임을 감지해 공간에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절전 모드에 들어가는 기능까지 담았다. 최대 냉방 모드인 '아이스쿨 파워' 대비 최대 72%까지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LG전자가 가장 많이 생산하는 1마력급 인버터 모터는 매년 평균 3% 이상의 에너지 손실을 개선해 오고 있다. 현재 양산 중인 2세대 모터는 초기 모델 대비 전력 손실이 20% 정도 줄었다. 이를 소비전력으로 환산하면 50메가와트(MW) 발전용량을 저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에어컨 컴프레서에 탑재하는 인버터 모터, 냉장고 컴프레서에 탑재하는 리니어 모터 등에 적용됐다. 이를 기반으로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전 라인업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구성되기도 했다.

위니아도 지난 2월 초절전 기능을 적용한 2023년형 '위니아 에어블'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했다. 'AI 스마트 원스텝 냉방'은 파워 냉방 모드로 빠르게 희망 온도에 도달한 뒤 절전모드로 자동 변환돼 효율적인 전기 절약이 가능하다. 일부 모델에 적용된 'AI 스마트 초절전 냉방' 기능 사용 시 일반 냉방 중 소비되는 최대 전력량 대비 50%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신일전자 역시 이달 '에어서큘레이터 에어 S9'을 선보이고 라인업을 강화했다. 신제품은 고성능 BLDC 모터를 장착해 25m에 달하는 고속 직진성 바람이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에어컨과 함께 사용 시 냉기를 넓게 퍼뜨려주고 냉방 효과를 극대화한다. 초절전형 제품으로 유아풍 사용 시 소비전력은 2W(와트)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 업계에선 앞으로 여름 시즌 생존을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정치 상황으로 인해 공공요금을 비롯한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전력·고효율 라인업을 계속 확대함과 동시에 에어컨을 비롯한 계절 가전의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를 일으킬 마케팅이 필수"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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