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 美 NDA 신청…허가 여부까지 10개월
낮은 성공 확률 부담에도 임상단계 기술 수출 없이 독자 개발 '의미'

HLB CI. 사진=HLB
HLB CI. 사진=HLB

[비즈월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해온 HLB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완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단계에서 기술수출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HLB의 신약 개발 행보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LB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를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의 NDA를 제출했다. 

리보세라닙은 암 형성에 관여하는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원리의 2세대 표적항암제로 암젠의 수석연구원이자 주요 투자자로도 활동했던 폴 첸 미국 어드벤첸 연구소 대표가 지난 2004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후보물질로 HLB는 2009년부터 미국 바이오벤처의 리보세라닙 개발을 지원해 왔다.

특허권은 연구소가 소유했다. 이후 2007년 한국계 미국인이 경영진으로 있는 미국 LSKB(현 엘레바)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해 자체 개발에 나섰다. HLB는 2019년에 삼각합병을 통해 LSKB를 완전한 자회사(엘레바 테라퓨틱스)로 편입시켰고 2020년에는 리보세라닙의 물질특허권을 인수해 자사의 물질로 자산화했다. 

이번 NDA는 간세포암 1차 치료제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제출됐다. 해당 임상은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으로 진행됐다.

HLB에 따르면 13개국 5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전체생존기간(mOS)은 22.1개월로 대조군인 소라페닙(15.2개월)보다 7개월 가량 늘었다.

환자의 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5.6개월, 소라페닙 3.7개월이었고, 사전에 정의된 최소한의 기간 동안 정의된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인 객관적반응률(ORR)은 25.4%, 소라페닙 5.9%로 나타났다.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의 성패는 내년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FDA는 신약허가신청을 받은 뒤 60일 안에 검토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통상 6~10개월이 걸린다.

앞서 HLB는 리보세라닙의 미국 시장 진출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지난 2019년 리보세라닙의 위암 3·4차 치료제 다국가 임상에서는 위암 2차 이상 표준 치료에 실패한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지난해에는 선양낭성암을 적응증으로 연내 NDA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FDA의 추가 자료 요청으로 미뤄졌다.

다만 사측은 이번 NDA 통과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정세호 엘레바 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번 NDA 제출로 전세계 간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옵션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온 당사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많은 임상의사들로부터 임상 결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온 만큼 무난히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약 리보세라닙의 이번 미국 허가가 승인된다면 국내 바이오기업이 자체적으로 임상과정을 모두 마치고 허가받는 첫 항암 신약이 된다. 이에 업계의 이목도 집중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연구개발(R&D)에 장기간 투자하고 낮은 확률로 성공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특징 때문에 많은 국내 기업들은 개발비 부담을 덜고자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주요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HLB의 리보세라닙은 그러한 과정 없이 직접 신약개발 과정을 완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HLB는 허가 후 미국에서 직접판매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가닥을 잡고 있으며 간암에 이어 리보세라닙의 선양낭성암 적응증 허가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HLB생명과학은 자회사인 HLB셀이 보유한 HLB 주식 23만7100주를 인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대해 이대호 HLB생명과학 CFO(부사장)는 "2004년 신약 후보물질로 처음 개발됐던 리보세라닙이 19년만에 공식적인 신약 허가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국 전체와 유럽·일본의 일부 판권을 보유한 HLB생명과학은 리보세라닙의 탁월한 효능을 잘 알고 있기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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