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통신사·제조사 가리지 않고 데이터 교류… '가명 정보' 활용
성장 한계치 극복할 신사업…해외 데이터 판매 등 영역 확장 계획

카드사들이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열린 '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해 데이터 관련 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은 주요 카드사들의 데이터 동맹·사업 현황. 자료=각 사
카드사들이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열린 '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해 데이터 관련 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은 주요 카드사들의 데이터 동맹·사업 현황. 자료=각 사

[비즈월드] 주요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기반 마련을 위해 민간 기업들과 '데이터 동맹'에 나서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CJ올리브네트웍스, 네이버클라우드, NICE평가정보, 롯데멤버스 등 4개 사와 '데이터 얼라이언스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데이터 상품을 기획·판매하고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의 데이터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신한카드도 지난 17일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댐 '그랜데이터' 확장안을 발표했다. 초기 SK텔레콤·KCB 협력에 이어 GS리테일·LG전자·SK브로드밴드·SK C&C 등 유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0년 이후부터 현대차, 대한항공 등 PLCC(사업자 전용 신용카드) 파트너들과 데이터 동맹 '도메인 갤럭시'를 맺고 협업하고 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롯데백화점·다나와·티맵모빌리티 등과 '이업종데이터융합플랫폼'을 맺고 운영 중이며 비씨카드는 지난 2021년 KT·닐슨아이큐코리아와 '데이터 유통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KB국민카드·롯데카드·하나카드는 지난해 공동으로 '디지털 라이프 데이터 댐' 협약을 맺었다. CGV와 NH농협은행, NICE그룹 등이 함께하며 카드 거래데이터와 통신데이터, 금융데이터를 공유한다. 디지털 라이프 데이터 댐은 현재도 운영 중이다. 우리카드는 카드사 최초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와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마케팅 통합플랫폼' 개발 등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카드사와 민간기업 간 데이터 동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 개정 후 민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카드사들이 민간기업이 보유한 수천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3가지 법률을 통칭한다. 개인 데이터를 기업들이 '가명 정보'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 사용 없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나이(20대 중반), 성별(남성), 소득(약 200만원) 등이 다뤄진다. 카드사들은 데이터 3법 발표 이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신한카드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댐 '그랜데이터' 구상도. 사진=신한카드  
신한카드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댐 '그랜데이터' 구상도. 사진=신한카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사업 흐름을 보면 카드사들의 데이터 사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신한카드가 금융데이터거래소에 게시한 무료 데이터 자료 '2022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흐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제시해 소상공인의 마케팅을 돕는다. 신한카드는 'MZ세대 소비 특성'과 같은 유료 분석 자료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신한카드는 삼성카드·비씨카드와 함께 금융위원회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 본인가를 앞두고 있고 자체 설립 빅데이터 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로 업계 최초 인증받았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신한카드의 데이터 건수는 758개로 KB국민카드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2021년 이준기 한국 빅데이터협회 회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고 Visa·서울시·서울대학교 등 민관학을 가리지 않고 데이터 협약을 맺어온 노력이 결실을 본 셈이다. 

앞으로도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등 기존 서비스를 확장·재편해 수익 사업으로 키워간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 협업 확대와 세미나 개최, 해외 기관 데이터 판매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데이터 동맹을 모든 산업 분야로 넓히는 것이 목표"라며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카드사 성장이 한계치에 달한 상황에서 데이터 신사업은 카드사들의 신규 수익 창출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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