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디스펜서' 관련 아이디어 도용으로 논란
롯데헬스케어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제기
알고케어, "현 제품 개발과 상관없는 특허심판"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가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 문제로 갈등에 빠진 가운데 제품 개발 기반이 된 '특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헬스케어가 '캐즐'을 선보인 CES 2023' 부스 모습. 사진=롯데헬스케어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가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 문제로 갈등에 빠진 가운데 제품 개발 기반이 된 '특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헬스케어가 '캐즐'을 선보인 CES 2023' 부스 모습. 사진=롯데헬스케어

[비즈월드]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가 아이디어 탈취와 관련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품 개발에 기반이 된 '특허'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 이후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갈등이 시작됐다. 알고케어가 자사의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를 롯데헬스케어가 도용했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는 CES에서 영양제 디스펜스를 각각 공개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을, 알고케어는 '뉴트리션 엔진'을 소개했는데 당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껴 캐즐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 대표는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으며 알고케어는 공정거래법 위반 고소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는 롯데벤처스와 롯데헬스케어가 지난 2021년 가을 알고케어에 투자와 사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접근한 후 정보를 획득,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양측은 협력 논의를 가졌지만 이견이 생기며 협력은 무산된 바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입장을 전면 부인했다. 신사업 검토에 돌입한 후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가 있었으며 알고케어와는 시제품 시연 중 문제점이 발견돼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고케어로부터 어떤 자료나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갈등의 핵심이 될 디스펜서 카트리지 유사성과 관련한 알고케어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카트리지 제품 적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매우 일반적인 기술'이고 '메모리칩이나 전자태그(RFID)기술 활용은 일반화된 공개 특허 내용'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롯데헬스케어가 이미 캐즐을 공개하기 전 알고케어를 상대로 영양제 디스펜서 관련 특허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헬스케어는 CES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알고케어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알고케어는 이와 관련한 송달서를 전달받았다.

특허심판은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과 상표 등 산업재산권의 발생·변경·소멸 그리고 그 권리 범위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 행정심판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특허청 소속 특허심판원이 담당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결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고등법원급 전문 법원인 특허법원에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가 지난 2020년 10월 출원하고 2022년 1월 등록받은 '영양제를 제공하기 위한 디스펜서 장치'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특허심판을 청구했다. 실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청구 기업의 제품이 기존 특허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심판이다. 즉 캐즐이 알고케어의 기술을 침해하지 않고 개발된 것을 특허심판으로 판단받기로 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특허심판을 주목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이 롯데헬스케어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롯데헬스케어가 아이디어 도용이나 기술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추가적인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특허심판이 기술 침해만 확인하는 수준이라 중기부의 사실관계 확인과 알고케어의 민사 소송 제기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의 특허심판 청구를 일축했다. 이 특허권이 특허청으로부터 등록은 받았지만 뉴트리션 엔진 개발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케어는 현재 출원 상태인 비공개 특허를 기반으로 뉴트리션 엔진을 개발, 공개했다며 롯데헬스케어의 특허심판 청구는 이번 갈등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가 특허심판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고케어도 민사 소송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만큼 갈등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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