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부진·고금리 등 영향 지난해 수익 급감… 중소형사 부실 가능성↑

고금리·고물가·경기 침체로 증권가 지난해 영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KB증권이 전망한 5개 증권사 전년도 합산 수익 전망치. 사진=KB증권
고금리·고물가·경기 침체로 증권가 지난해 영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KB증권이 전망한 5개 증권사 전년도 합산 수익 전망치. 사진=KB증권

[비즈월드] 증권사들이 지난해 실적 부진에 허덕인 가운데 올해는 긴축 경영과 유동성 점검 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 서비스 강화 등 각 사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면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의 합산 순이익이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부진의 주 원인으로는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과 주식거래 수수료 감소, 투자은행(IB) 부문 성장동력 저하 등이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리스크도 커져 올해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증권사 부동산 PF 위기… 긴축경영 이어갈 듯

지난 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 증권사로 BN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을 지목했다.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는 가운데 건전성 저하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판단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2020~2021년 찾아온 증시 호황기에 리스크는 크지만 수수료와 예상 수익이 큰 '부동산 PF 대출'을 늘려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24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7%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PF는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침체와 유동성 축소와 맞물려 증권사들의 위험 요인(리스크)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 증권사들은 만기 예정 PF 금액 해결을 위해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최근 시장 금리 인상폭이 축소돼 PF 위기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어음(CP) 등 반환해야 할 자산 규모가 커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증권사들은 고위험 자산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는 등 회복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잠재 리스크 완화로 증권사 실적 변동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지난 3~4년 급증한 PF 사업장 모두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발표로 우려감은 완화됐다"고 말했다.

◆ 대형 증권사도 피해갈 수 없는 불황… 사업 다각화 나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가증권 시장 일 평균 거래대금은 6조6458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9195억원) 대비 33.0% 급감했다. 코스피 등 주가 하락으로 대형·중소형 증권사 가릴 것 없이 개인 고객들이 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중개수수료 이익 감소와 IB 부진 등으로 지난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영업이익 하락을 겪기도 했다. 아울러 고객들의 주식 자산도 예·적금 등으로 옮겨가 자산운용 면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 상품을 내놓았지만 수익률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IPO(기업공개) 위축에 따른 관련 수익 축소도 이어졌다. 지난해 원스토어, SK쉴더스, 밀리의서재 등 13개 기업이 상장을 취소했고 올해는 마켓컬리가 상장을 철회해 IPO 시장 축소의 단면을 드러냈다. 

증권사들은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고 디지털·해외 분야를 확장하는 등 사업 부문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나 퇴직연금 자산 확보, 해외 주식 거래 확대 등 현재 진행되는 사업 확장 과제도 남아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3분기 채무보증 규모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줄어들었는데 향후 수치 발표마다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거래권 배출제도 대비와 ESG 경영 강화, 메타버스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하나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CEO 연임을 채택한 만큼 기존에 세운 목표 달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높은 시장 금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개발, ESG 경영을 강화해 혁신과 성장의 미래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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