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자산 발행·배정·매매까지 한번에… 대형 증권사 '플랫폼 구축' 나서
발행 비용·타 가상자산 대비 낮은 리스크 등 우위… 흥행 불확실성 변수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내년 중으로 부동산·예술품·탄소 배출권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해 거래할 수 있는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은 신한투자증권 사옥(왼쪽)과 KB증권 사옥. 사진= 각 사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내년 중으로 부동산·예술품·탄소 배출권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해 거래할 수 있는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은 신한투자증권 사옥(왼쪽)과 KB증권 사옥. 사진= 각 사

[비즈월드] 정부가 증권형 토큰 규제 완화 등 움직임을 보이자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플랫폼 구축 등 본격 활성화 준비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증권형 토큰(STO)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행정부 자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증권사 등 사업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ICO(가상화폐공개) 전면 금지 방침에 따라 거래가 제한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서 증권형 토큰 허용을 언급하면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증권형 토큰과 관련해 어떤 기초자산이든 토큰화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지갑을 설계할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시스템과 연동해 관련 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담 조직 ‘블록체인부’를 출범하는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합자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추진한 증권형토큰 플랫폼 서비스는 지난 22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KB증권도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로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테스트를 마쳤다. 가상의 채권상품을 상정해 발행·배정·매매까지 상품 거래 전 과정을 토큰화해 블록체인과 연동한 것이 특징이다. SK증권과 NH투자증권 등 타 대형 증권사들도 증권형 토큰 사업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들이 증권형 토큰 활성화에 힘쓰는 이유는 부동산·예술품·탄소 배출권 등 다양한 자산의 분할 소유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형 토큰은 전통 증권보다 발행 비용이 저렴하고 실물 가치에 근거해 다른 가상 자산보다 리스크가 낮다.

해외에서는 증권형 토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에 발행된 증권형 토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미국·유럽·싱가포르 등 국가들은 증권형 토큰에 공모규제 등 기존 증권규제를 적용해 발행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따라야 할 법이 많은 데다 해외 연계 플랫폼 구축 등 증권사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과 기존 증권 시장이 침체돼 있어 제대로 된 사업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관련 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 있지만 연말 이후 제도가 구체화될 경우 디지털 자산 관련 신사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발표 때 적용 범위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증권형 토큰이 금융권의 제도 안으로 편입되면 오히려 시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증권사들도 상품 개발에 나서는 등 향후 시장 선점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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