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정부가 10년 만에 끄집어 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유통업계, 골목상권, 마트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분란만 조장한 ‘탁상행정’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며 상위 3개 안건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투표 과정에서 한 명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어뷰징’이 너무 많았다는 이유로 정책 반영 계획을 철회했다. 

사전 준비가 부족해 안건이 무효화 되자 정부는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의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했고 정부는 이후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이에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불만이 터졌다. 법 제정이 이뤄진 지 10년째 되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마련한 정책에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한 어떤 해결안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순 민심 잡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회의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부추겼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효과성이 없음을 강조한 반면,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강하게 맞섰다. 마트 노동자들도 휴무권 보장을 외치며 반발했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정부가 갈등만 조장한 꼴이 된 셈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업계, 마트 노동자, 전통시장 상인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얽힌 만큼 그들의 의견을 꼼꼼하게 듣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정책이다. 또 가치 소비가 중시되는 소비 추세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상생 차원에서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회의 후 “모두 원하는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충분히 듣고 또 듣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을 비롯해 국민과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비즈월드=이지은 기자 / jieun899@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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