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옥과 구현모 대표.  사진=비즈월드 DB
KT 사옥과 구현모 대표.  사진=비즈월드 DB

[비즈월드] 지난 25일 오전 발생한 KT의 '통신 장애' 사태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에 마지막 남은 신뢰 한 조각까지 사라졌다.

구 대표는 26일 홍보실과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국에서 발생한 인터넷 장애를 사과하고 보상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 대표의 너무나 뻔한 사과에 실망감은 배로 커졌고 결국 등을 돌리게 했다.

먼저 사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진정성이 없다. 2018년 '아현 사태' 후 3년 만에 또 다시 터진 통신 장애로 전국에서 불편을 겪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홈페이지에 글을 게시하는 것으로 마음을 전할 수는 없다.

특히 진정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정확한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을 사과와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니 일단 사과라도 하자는 사태 수습이 아닌 '위기 모면'을 위한 꼼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의 장본인이 KT라는 점이다. KT는 우리나라 대표 이동통신사다. 5G 시대를 선도하고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속속 개발하는 KT가 최신 설비 교체작업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최초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한 점이 2018년 이후 다시 쌓은 신뢰를 깨지게 했다. 또 통신망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 등 디도스 공격이 진짜 원인일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돼 원인을 정정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전문가답지 못한 이 행동과 관련한 해명이 사과에는 들어 있어야 했다. 

구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보상 방안도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약관 등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구 대표는 이번 사과에서 보상의 대략적인 방향을 가져 왔어야 했다. 전국 음식점 등 소상공인과 증권가 등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고객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은 KT의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실수나 잘못을 하면 상대에게 사과를 건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사과는 되도록 빨라야 하며 미안한 마음과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야 한다. 구 대표는 바닥까지 떨어진 KT에 대한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진심된 마음과 신속한 사태 수습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