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올해서야 ‘5G-V2X 연구용역’ 착수… 자율주행 플랫폼 기술 종속 우려

전세계 자동차 통신기술 특허 중 C-V2X 통신방식 특허 국가별 출원 현황. 자료=소병훈 의원실
전세계 자동차 통신기술 특허 중 C-V2X 통신방식 특허 국가별 출원 현황. 자료=소병훈 의원실

[비즈월드] 중국통식학회가 발표한 ‘차량인터넷 지적재산권 백서’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전세계 자동차 통신기술 관련 특허 11만4587건 가운데 C-V2X 차량인터넷 통신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국가는 중국으로 전 세계에서 출원된 C-V2X 관련 특허 가운데 52%가 중국에서 출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통신방식을 두고 1년 이상 갈등을 빚어온 결과, 중국이 전세계 C-V2X 자동차 통신기술 특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출원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차세대 통신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5G-V2X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 20%, 유럽 18%, 일본 3%가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그 외에 국가에서 출원된 C-V2X 관련 특허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했다.

중국이 이처럼 C-V2X 관련 기술개발을 선도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 통신방식으로 C-V2X를 단일 표준으로 채택하고, 중국 기업과 해외 자동차 회사,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 지원 등 5G-V2X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1월 15일 차이나유니콤과 화웨이는 5G-V2X 자율주행 혁신 플랫폼을 구축했고, 지난해 1월에는 볼보가 차이나유니콤과 중국 내 5G-V2X 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퀄컴과 5G 자동차 네트워크 분야에서 5G-V2X 기술표준화와 산업 발전을 함께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3월에는 중국 공업정보부가 5G-V2X와 LTE-V2X를 스마트시티와 스마트교통 건설에 필수적인 통신표준과 프로토콜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중국은 2015년 395억 위안(약 7조2842억원), 2030년 629억 위안(약 11조5994억원) 규모의 차량용 통신칩과 모듈 등 자율주행 전송 계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 통신방식에 대한 과감한 결단과 꾸준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전 세계에서 출원된 C-V2X 관련 특허 가운데 52%를 중국에서 출원시키고, C-V2X 통신칩 시장을 중국의 화웨이와 다탕통신이 미국의 퀄컴 못지않게 선도하는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최근 국내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렸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래차 전환, 플래포머의 부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퀄컴, 엔비디아 등 플래포머들은 반도체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를 패키지화해 자율주행이 필요한 자동차 업체에 턴키 방식으로 공급, 시장 지배력 강화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면서 “국내 업계의 해외기술 종속을 피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경희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도 “중국은 물론, 올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도 C-ITS 통신방식을 C-V2X로 확정했고 현재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참여한 5GAA포럼 역시 2025년까지 출시되는 차량의 50%에 C-V2X를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5G-V2X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4월 5G-V2X 표준과 국가별 정책 동향, 5G-V2X 테스트 플랫폼 개발과 WAVE 간섭 영향성 시험 분석, WAVE와 5G-V2X 병행운영을 위한 기술로드맵 마련 등을 위한 ‘5G-V2X 기술 도입 및 서비스 운영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올해 1월 ‘2021년 C-ITS 인프라 구축 실시설계 용역’을 수행한 결과 5G-V2X(Rel.16)는 작년 7월 표준이 발표된 반면, 5G-V2X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NGV(5G급 차세대 WIFI 기술)는 2022년 상반기에야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제작사 등에서도 5G-V2X를 장래 솔루션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도 5G-V2X 기술표준 분석과 활용 방안 연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소병훈 의원은 “뒤늦게라도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5G-V2X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서 다행”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이 5G-V2X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시대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기술개발 로드맵을 세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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