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면세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도입한 첫 심사에서 국내 면세사업자 1, 2위인 롯데와 신라가 각각 한 곳씩의 면세 특허를 획득했다. 사진=비즈월드 DB

정부가 면세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도입한 첫 심사에서 국내 면세사업자 1, 2위인 롯데와 신라가 각각 한 곳씩의 면세 특허를 획득했다.

관세청은 지난 20일 학계와 시민단체 등 97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특허심사위원회 중 무작위로 선발한 25명이 이번 심사를 실시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세청과 기획재정부 등 기존에 면세사업자 선정을 총괄해온 정부 관계자들은 심사에서 배제되고 민간위원들이 사업자들의 프리젠테이션 이후 회의를 통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했다. 평가 항목은 △경영역량(500점) △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경제·사회공헌 및 상생협력(200점) △관광인프라(50점) 등 총 4개 분야였다.

그 결과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호텔신라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 면세점은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이를 조기 반납해 이번에 새 사업자를 찾게 됐다.

이번 제주공항 면세사업자 심사에서는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경쟁을 벌였다. 호텔신라는 1000점 만점에 901.41점을 얻었다. 롯데의 심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싱가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인천공항 제1~2터미널 등 아시아 3대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면세사업자로서 공항 면세점 운영에서 전문성과 탁월성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지역 최대 면세점 사업자이자 제주신라호텔 운영사로서 제주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제주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텔로는 제주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 제주를 운영 중이다.

호텔신라는 제주 지역에 특화된 사회공헌활동인 '맛있는 제주만들기' 등 제주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꾸준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맛있는 제주만들기는 제주 소재 영세식당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4년 시작해 현재 19호까지 개점을 마쳤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달 말까지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호텔신라는 내년 초부터 문을 열 계획이다.

면세 업계에서는 부진했던 제주공항 면세점이 한중 관계 해빙기와 임대료 부담 완화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공항공사가 면세점 입찰공고를 내면서 업황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는 영업요율(매출액 대비 임대 수수료의 비율) 방식을 제시한 것도 신라 입장에서는 호재다. 기존에는 최소보장금액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해왔지만 관광객 감소로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을 감안해 변경했다. 임대료 산정 방식이 영업요율로 변경되면 매출 규모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드나 메르스 등 대외 변수가 작용할 때 안게 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또 제주공항은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주요 관광지라는 강점이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9월까지만 해도 243만명이 방문했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인 코엑스점 사업을 2022년까지 5년 동안 계속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롯데는 코엑스점 선정에서 총점 1000점 가운데 831.33점을 획득했다.

롯데는 지난 2010년 애경그룹으로부터 AK면세점을 인수해 코엑스에서 7년간 시내면세점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10년마다 재갱신하던 사업권이 지난 2013년 말,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5년으로 줄여 재입찰하는 방식이 됐다. 이후 시내면세점 입찰에 기존 사업자가 단독 입찰한 것은 코엑스점이 처음이다.

코엑스면세점의 매출은 월 평균 180억원 수준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1055억원), HDC신라면세점(657억원), 두타면세점(338억원), 갤러리아면세점(266억원) 등보다 낮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과 연계한 강남문화관광벨트 조성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며 "코엑스점은 롯데면세점 전점 중 중소·중견 브랜드 매출 구성비와 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전문관을 조성해 상품·물류·영업·마케팅 등 전반에 걸친 상생 시스템을 실현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