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국내기업의 해외특허 현황 조사결과 발표
화장품, 식품 등 한류상품이 속한 식료·직접소비재 분야는 98%가 해외특허 포기
미국 편중의 특허출원으로 신남방 시장에서 이미 중국에 뒤쳐져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비즈월드] 우리나라에서 발명된 신기술의 88%가 단지 국내용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출원된 특허 중 96%는 해외특허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수출은 일본을 추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신남방, 신북방 정책괴, 디지털 통상 등 선도신통상전략을 통해 우리 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무역정책만 있을 뿐 특허선점 전략은 없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분쟁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있습니다.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특허청은 최근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우리 기업과 대학·공공연 등 주요 국내 출원인의 2011년부텨 2015년까지 최근 5년 동안의 해외특허 확보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해당 기간 국내특허 신규출원 77만9005건에 대한 해외특허 출원현황을 추적 조사한 것입니다. 조사 기간이 한정된 이유는 국내특허의 경우 PCT 국제출원을 활용할 경우 30개월 뒤까지 해외출원이 가능해 2016년말 출원은 아직 해외출원이 완료되지 않아 2015년 국내출원까지만 분석 대상으로 했습니다. ‘신규출원’의 범위는 선행특허출원과 내용 중복이 있는 분할출원·우선권주장출원을 제외한 출원을 의미합니다.

먼저 국내 출원인들이 2015년 국내에 신규 출원한 발명 가운데 11.7%만 외국에 출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허의 경우 해외 현지에 출원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전혀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국내출원의 88.3%는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출원주체별로 보면 대기업의 해외출원율은 36.8%인 반면 연구기관은 12.3%, 대학은 4.5%, 중소기업은 4.3%에 불과했습니다. 해외출원율이란 국내에 신규출원된 발명 가운데 외국에도 출원된 발명의 비율을 말합니다.

해당 기간 대기업은 국내에 3만5893건을 신규 출원하고 이 가운데 1만3216건을 해외에 출원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많은 4만4258건을 국내에 신규 출원했지만 이 가운데 해외에 출원한 것은 고작 1900건에 불과했습니다.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대기업은 2011년 1만23건에서 2015년 1만3216건으로 해외출원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연구기관은 2012년 1480건에서 2015년 929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제품별). 표=특허청 제공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제품별). 표=특허청 제공

제품별로는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전기·전자제품 분야의 해외출원율은 18.6%인 반면, 수출 2위 수송장비는 9.6%, 3위 기계류·정밀기기는 11.9%, 4위 화공품은 10.0%, 5위 철강제품은 4.6%, 6위 원료·연료는 6.0%에 불과해 제품별로 편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최근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특허출원이 활발한 식료·직접소비재 분야는 국내출원의 1.6%만이 외국에 출원되고 있어 해외 현지에서 우리 기업 특허제품의 침해제품이 출시돼도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신규 국내출원의 해외출원율(출원주체별). 표=특허청 제공

주요 시장별 특허확보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중국 등 기존 시장 중심으로만 출원하고, 신남방 국가 등 새로운 수출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특허준비에는 소홀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국내 출원인은 미국·중국 중심으로 평균 1.9개국에만 해외출원을 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각각 1.4개국, 1.2개국에만 출원해 미국 이외 국가에는 거의 출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외출원의 미국 편중현상은 주요 수출경쟁국 중 우리나라가 52.9%로 가장 심하고, 중국 51.7%, 일본 43.3%, 독일 30.7%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인도·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대한 해외출원 비중은 우리나라가 5.6%로 가장 낮고, 미국은 16.6%로 주요 수출경쟁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불확실한 신시장에서의 특허출원에 유리한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CT 국제출원은 일단 저렴하게 출원하고 30개월 안에 외국 현지출원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장점이 있어 보통 여러 국가에 출원을 준비하는 경우 많이 활용됩니다.

해외 특허출원 때 PCT 국제출원을 활용하는 비율을 보면 대기업 25.3%, 중소기업 63.9%, 대학 53.8%였습니다. 하지만 PCT 국제출원을 한 특허 중에서 중소기업 55.3%, 대학 61.3%의 특허는 개별국 현지출원을 포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특허청 측은 “대기업이 출원 초기부터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미국·중국 등 대형 수출시장 중심으로 한정하지만 중소기업과 대학은 비용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30개월 동안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해외에서의 특허 출원건수와 수출규모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주요 수출시장, 특히 신남방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일본과의 특허경쟁에 대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는 최근 중국에 특허출원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시장에서만 수출 1억 달러당 51.7건의 특허를 출원해 63.7건을 출원한 일본과 비교가 가능했을 뿐,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는 수출 1억 달러당 24.3건을 출원하는 일본의 30%에 불과한 7.3건만 출원했습니다.

인도와 아세안 등 신남방 시장에서 이런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수출 1억 달러당 특허출원은 미국, 일본이 각각 40.1건, 50.7건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20% 수준인 11.1건 출원에 그쳤고, 아세안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이 각각 11.9건, 10.5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일본의 19%에 불과한 2.0건에 불과했습니다.

또 제3의 수출시장인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만 중국보다 앞설 뿐,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는 중국보다 특허출원이 적어 향후 본격화될 신남방 시장에서의 기술경쟁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런 가운데 특허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올해 6월까지 ‘해외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특허청은 글로벌IP스타기업(2017년~), 스타트업 특허바우처(2018년~), 모태펀드 투자 확대(2018년~), 특허공제 사업(2019년~) 등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해외특허 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사업 확대만으로는 전반적인 해외출원 경향을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먼저 주요기업의 특허 책임자로부터 해외출원을 가로막는 애로사항을 특허청장이 직접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4월 16일)를 시작으로 전문가 인터뷰 등 현장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그동안 해외특허 확보가 미진한 원인을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고 분석할 예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출원인 유형이나 국가별 시장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허청 관계자는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가제품을 수출하며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 세계 수준의 특허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특허 없이 제품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보호받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기업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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