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이어진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삼성전자의 사과와 합의로 마침내 끝나게 됐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1년간 이어진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삼성전자의 사과와 합의로 마침내 끝나게 됐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1년간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마무리됐습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삼성전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길고 긴 싸움은 마침내 끝났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이 열렸습니다. 협약식은 분쟁 당사자들을 중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입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백혈병 등의 질환을 반도체·LCD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불거졌고 반올림이 조직되면서 분쟁이 본격화 됐습니다.

이후 2012년 삼성전자가 반올림에 대화를 제안했으나 사과와 보상 등과 관련한 이견이 계속되면서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조정위원회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반올림으로부터 '합의 의사'가 있는 점을 확인, 지난 7월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양측에 보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반올림도 조정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조정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일 보상 범위와 액수 등을 담은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이번 협약식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협약식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사업부문 김기남 대표이사와 황상기 반올림 대표 그리고 김지형 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이사는 분쟁과 관련, 조속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작업장 관리 등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데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 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과문 발표를 마친 김 대표이사는 피해자 가족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황 대표가 김 사장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로써 11년간 이어진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마침내 끝나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보상 방안 논의는 제3의 독립기관인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하기로 했습니다. 또 삼성전자는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업재해 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하고 이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보상이 완전히 이뤄져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중재안을 이행하겠다고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보상 과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상을 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등장하거나 보상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의 활용 방식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삼성전자 외에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피해 보상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 문제 등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황 대표는 "삼성전기와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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