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에 출원된 인공지능 접목 엘리베이터 특허 영역별 비중. 그래프=특허청 제공

"엘리베이터가 똑똑해 봐야 덜 똑똑한 것과 큰 차이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기껏해야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 상하로 나르는 도구에 불과하며 단순한 기계 콘트롤러로 작동 가능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속이나 저속의 차이가 있을 뿐 한 빌딩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속도도 대개 일정합니다. 또 홀수층과 짝수층을 엇갈려 서게 하거나 저층과 고층으로 나누어 운행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투명 유리로 만들어 밖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거나 내부에 모니터를 설치해 사내 방송을 송출하고 메시지를 보인다거나 하는 것들은 인테리어 정도로 해결됩니다.

안전하게 운행하고 고장만 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면 된다는 정도가 우리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지식의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 기능을 더한다고 합니다. 그런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인공지능이 엘리베이터의 어떤 기능에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엘리베이터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분야는 운행을 효율화하는 기술부문, 고장 진단 및 예측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등 3개 영역이 주축입니다.

단순한 엘리베이터의 동작으로 어떻게 운행을 효율화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대략 난감합니다. 아무튼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해 시간대별이나 요일별 엘리베이터 운행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습득한 지식으로 최적의 엘리베이터 배차를 구상하고 실현하며 운행 경로를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엘리베이터 콘트롤러에 결합시키면 가능한 일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좀 더 속도를 높인다든지, 인력이 집중되는 층에는 전 엘리베이터가 서도록 하는 등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기능들입니다.

고장 진단 및 예측 기술은 비교적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쉬운 분야입니다. IoT가 일상화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이 요소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엘리베이터 각 부품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고장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사전에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란 엘리베이터와 사용자가 편리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대화를 발전시키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음성 인식, 얼굴 인식 등을 적용하는 것이지요. 빌딩의 VIP를 알고 VIP가 내리는 층을 자동으로 설정한다든지 빌딩을 자주 방문하는 손님들의 데이터를 엘리베이터가 학습해 운행에 활용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손님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엘리베이터가 미리 해당 회사에 알려주고 대처하도록 하는 등의 역할이겠지요.

특허청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적용된 엘리베이터에 대한 국내 출원이 요즘 매년 2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5년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의 출원을 기술 유형별로 살펴보면, 운행 효율화 기술(38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고장 진단 및 예측 기술(16건)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11건)이 따르고 있습니다.

특허청 이석범 차세대수송심사과장은 “건물이 고층화되고 대형화되면서 엘리베이터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관련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엘리베이터가 ‘몇층으로 모실까요’를 묻고 ‘135층’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올려주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굳이 이렇게 문답을 하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내 얼굴을 인식해 내가 몇층으로 가는지를 알고 해당 층에 내려주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엘리베이터 신입니다. 일리베이터를 고장내고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쇠 줄로 이동하는 등 엘리베이터는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소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엘리베이터가 스스로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데이터에 입력된 테러 위험 인물이 탑승하거나 마스크를 쓴 사람이 오르면 알아서 마취 가스를 내뿜고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지시키고 알람을 울려서 범인을 검거하는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