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진=픽사베이 캡처
참고 사진=픽사베이 캡처

[비즈월드] “한글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서체가 자동으로 PPT 프로그램에도 뜨게 된 경우에는 PPT 프로그램에서 그 서체를 사용해도 된다.”

번들서체, 즉 특정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나오는 서체입니다. 예컨대 한글과컴퓨터사에서 판매하는 한글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던 서체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에서는 이 번들서체들을 한글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예컨대 PPT 프로그램이나 캐드 프로그램 등에도 자동으로 뜨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각각의 번들서체들이 어느 프로그램에 최초로 내장되어 있었던 것인지 일일이 외우고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 번들서체들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유로이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적법할까요?

이런 사용의 적법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일시적 복제의 면책조항 적용 등 복잡한 법리들이 동원될 수도 있고, 필자는 여러 법리의 종합적 적용의 결과 위와 같은 사용은 적법하다는 입장이지만, 다행히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나열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는 법원의 판례가 존재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5. 1. 선고 2012가합535149 판결]

원고는 이 사건 동영상에 피고 한양정보통신의 서체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아래한글' 또는 'MS워드' 프로그램에 번들(bundle)로 포함되어 제공되는 서체파일들로서 위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원고가 사용하는 문자발생기에 위 서체파일들이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인 Windows 폴더의 하위폴더인 Fonts 폴더에 저장되고, 위 저장된 서체파일들은 위 프로그램들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사용이 가능하였던 것이므로, 이러한 방식에 의한 사용은 저작권 침해행위의 유형인 복제, 전송, 배포 등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중략) '아래한글' 프로그램에는 위 피고의 위 6종의 서체들 중 '피오피'체를 제외한 나 머지 서체('동녘', '울릉도', '수평선', '엽서', '목판')들이 번들로 제공되는 사실, 위 프로그램을 문자발생기에 설치하면 번들로 제공된 서체들이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인 Windows 폴더의 하위폴더인 Fonts 폴더에 저장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 프로그램을 문자발생기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위 피고의 '동녘', '울릉도', '수평선', '엽서', '목판' 체가 자동으로 문자발생기의 운영체제에 저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은 위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서체파일에 관한 라이센스를 부여한 저작권자들이 적어도 이를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원고의 문자발생기에 저장된 서체들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해당 서체들을 무단으로 복제·사용하여 위 피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이러한 행위를 저작권법상 금지되는 복제행위라고 본다면, 위 프로그램을 컴퓨터 등에 설치·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저작권법상 금지되는 복제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된다).

위 판례의 결론은 번들로 제공된 서체파일이 자동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인식되어 이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프로그램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서체가 자동으로 다른 프로그램에도 뜨게 된 경우에도 그 서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 협조=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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