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비즈월드] 지난달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손을 잡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약업계를 포함한 재계에서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오너가 딸과 아들들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이 지난 2009년 홍콩에 설립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코리그룹이 총대를 메고 한미약품 흔들기에 나섰다. 한미약품 신약개발 인재가 대거 이탈했다는 자료로 R&D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한미약품의 명맥은 쉽게 흔들리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리그룹은 지난 5일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의 우군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본격적으로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한 후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약개발 인재가 대거 이탈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제약업계 관계자와 공시 내용을 종합해 2022년 8월 이후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임 회장과 신약개발을 추진한 23명의 주요 임원이 회사를 떠났고 한미약품의 명맥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다. 이들은 임 회장과 한미약품 신화를 만든 인물들이 맞다. 임 회장은 이들과 2010년 이후 R&D에 집중하며 한미약품을 국내 R&D 톱 제약사로 만들었다.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연간 1000억원 이상, 연매출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을 R&D에 쏟았다.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는 R&D 투자 기록을 세웠고 최근 20년간 R&D에 투자한 누적액은 2조원을 넘는다.

이런 투자와 코리그룹이 언급한 인재들의 노력으로 한미약품은 복제약 중심의 영업력 강한 제약사에서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을 바꿨다. 30개가 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고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제약업계의 역사를 다시 썼다.

실제로 이후 국내 제약업계의 판이 달라졌다. 한미약품의 2015년 '잭팟'으로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R&D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한미약품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던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는 우리 기업들이 단골손님이 됐다.

그렇지만 R&D는 임원 몇몇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임 회장과 함께한 임원들의 노력을 존중하지만 한미약품의 R&D 성과와 신약개발 역량은 한미약품 가족 모두의 피와 땀으로 가능했다. 20% 안팍의 R&D 투자와 600명에 달하는 전문 R&D 인력, 국내외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모든 한미약품 임직원의 마음이 모아져 이룬 결과물인 셈이다.

더욱이 주요 임원들이 떠나는 시기 한미약품은 미국 FDA(식품의약국) 시판허가 승인을 받은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베돈(한국 제품명 롤론티스)'을 미국에 출시했다. 특히 이 약은 FDA 실사를 통과한 한국 공장(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신약이다.

여기에 한미약품의 R&D 열정은 임원들이 대거 이탈한 2023년 한 해에도 뜨거웠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권위를 갖춘 유명 학회에서 독자 개발한 후보물질의 다양한 연구결과 40건을 구두 또는 포스터로 발표했다. 발표된 연구들은 항암과 비만대사, 희귀질환 등 주력 분야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들의 핵심 미래 가치를 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혁신 신약 개발의 요람인 한미약품 R&D센터가 질환 타깃을 중심으로 조직을 완전히 개편했다. 그동안 바이오와 합성으로 이분화 됐던 팀을 질환 중심으로 바꿔 전문기술 융합과 시너지를 극대화해 한미의 R&D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이 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OCI와의 통합 역시 신약개발 명가인 한미약품을 지키기 위한 송영숙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임 회장이 남겨준 R&D 열망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 매각이라는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안을 마련 한 것.

통합안은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OCI홀딩스가 자리하고 OCI홀딩스 1대 주주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오르는 모델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부족했던 뒷심을 채우고 이를 기반으로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게다가 코리그룹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배포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사는 팩트가 우선이다. 하지만 배포 자료 속에는 사실 확인에 의구심이 드는 '알려졌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직접적인 사실 확인이 어렵다. 게다가 2022년 이후 떠난 임원들의 실명이 들어가 있는데 이들에게 실명 거론을 문의했는 지도 의문이 든다. 

한미약품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제약업계를 지켜온 기업이며 특히 최근 20년 가까이 국내 제약산업의 가치와 역량을 몇 단계나 높여온 R&D 강자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릴 수 없는 법. 불필요한 한미약품 흔들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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