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서 불면증 환자에 불면증 치료기기 '솜즈' 처방 시작
식약처 허가 11개월 만의 일…삼성서울·세브란스·고대안암 등 확대 전망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솜즈(Somzz)'의 환자 대상 정식 처방이 개시됐다. 사진=서울대병원

[비즈월드]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솜즈(Somzz)'의 환자 대상 정식 처방이 개시됐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이후 11개월만이다. 

이번이 국내에서 DTx가 환자에게 정식으로 처방되는 첫 사례인 만큼 치료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 지, 향후 관련 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솜즈 개발사 에임메드는 지난 9일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정식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체계적으로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의 협력으로 에임메드에서 개발됐다.

솜즈 앱 화면(수면 처방 확인).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22년 시행된 임상시험(연구책임자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서 불면증의 심각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수면 효율을 높이는 안전한 치료임이 확인됐다.

이번에 첫 처방을 받은 환자는 40대 직장인 A씨로, 5년 전부터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족 상황 악화로 불면 증상이 더 심해지며 가끔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고 있다. 

A씨는 앞으로 앱을 통해 약 6~9주간 실시간 피드백, 행동중재 및 수면 습관 교육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앞으로 솜즈를 처방받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매일 솜즈 앱에 '수면일기'를 기록하고 주간 단위로 자신에 맞는 수면시간(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의사로부터 처방받는다. 앱은 실시간으로 수면 습관을 교육하고 행동 개선과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 교정 등을 돕도록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맞춤형 비약물적 치료로 불면증 증상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솜즈는 처방 대상이 만성 불면증 환자로 소정의 연구 기준을 충족하면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DTx 임시등재 방안’을 내놓으면서 DTx 개발사에 건강보험 비급여 또는 환자 본인부담금 90%의 ‘선별급여’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는데 당시 에임메드는 비급여를 택했다. 

DTx를 처방하는 의료진이 비급여를 선호한다고 판단, 저변을 넓히기 위해 비급여를 택한 것.

이 같은 조치는 수익성과도 연관된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병원마다 환자 부담금에 차이가 발생한다. 급여 항목에 비해 비교적 사업자와 의료기관이 수익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

이에 솜즈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약 20만~25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1회 치료 주기인 6주 기준이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준 급여가 적용된 기존의 인지행동치료 환자 본인부담금보다 낮게 책정된 수준이다. 

솜즈 CBT-I 치료절차 모식도. 사진=서울대병원
솜즈 CBT-I 치료절차 모식도. 사진=서울대병원

솜즈는 당초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처방이 가능했지만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 재고시에 따라 진료과목에 제한받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외에 각 병원 의료진과 협의를 거쳐 신경과, 가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수면제 처방이 많은 진료과에서도 솜즈를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에임메드는 아직 처방 초기인 만큼 당분간 정신건강의학과에만 기기를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솜즈는 조만간 행정절차를 거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임상진료 혁신의료기술 단계가 시작되는 오는 4월 이후에는 가까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솜즈의 처방 수요가 꾸준할 것을 전망함과 동시에 솜즈의 사례가 관련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면장애 치료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솜즈의 처방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번째 불면증 DTx인 ‘웰트-i’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솜즈의 사례가 앞으로의 국내 DTx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처방과 수익화의 여부는 조금 다른 문제다. 국내 수가 체계로 인해 큰 수익성을 내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내 최초 사례인 만큼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개념을 알리고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 처방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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