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부담… 지난해 이후 8개 카드사서 210여종 발급 중단
금융소비자들 “급격한 물가 인상 속 카드 혜택 일방적 축소” 원성

카드사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210종의 카드를 단종시켰다. 사진은 지난 2일 단종된 카카오뱅크 신한카드 이미지. 사진=신한카드
카드사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210종의 카드를 단종시켰다. 사진은 지난 2일 단종된 카카오뱅크 신한카드 이미지. 사진=신한카드

[비즈월드] 신용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고객 혜택을 많이 담았던 ‘알짜카드’를 줄줄이 퇴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카드 혜택마저 일방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3월 말까지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BC카드)의 210종 카드가 단종됐다. 신용카드 169종과 체크카드 41종이 해당한다.

특히 혜택이 많아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던 카드들이 연달아 단종됐다. 신한카드의 '딥 에코 카드'는 실적 인정 범위가 넓어 각광받았지만 발급이 중단됐다. 매월 최대 6만2000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제2의 '더모아 카드'로 불리던 '카카오뱅크 신한카드'도 지난 2일 자로 단종됐다.

현대카드도 오는 31일부터 '제로 모바일 에디션2' 할인형과 포인트형 2종을 단종한다. 이 카드는 모든 가맹점 0.7%, 온라인·배달앱 1.5% 할인·적립이 주 혜택이다. 애플페이 출시 전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혜택이 가장 많은 현대카드로 꼽혔던 점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방안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2월 'KB국민 리브메이트 카드'와 'KB국민 탄탄대로 Biz 티타늄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전자는 무실적으로 0.7% 적립된다는 점, 후자는 실적 1구간에서 2만원 가까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끌었지만 발급이 종료됐다.

금융소비자 A씨는 "조금 쓸 만하다 싶어 주변에 추천하려고 보면 단종되는 경우가 많아 마케팅에 속은 기분"이라며 "게다가 카드 단종 날짜를 하루 전에 알려줘 추가발급을 어렵게 하는 걸 보면 치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장 큰 카드 단종 원인은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 부담으로 인한 비용 절감에 있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초반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말 6%까지 뛰었고 지난 10일 기준 3.98%로 여전히 높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보복 소비' 등 파생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자 부담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2020년 585조6350억원에서 지난해 708조5425억원으로 늘었지만 실적은 올해 1분기 하락 전환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페이가 수수료 관련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카드사 긴축 행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처럼 결제액의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단종 이유는 제휴사 계약 기간 종료, 서비스 개편, 수익성 제고 등 다양하다"며 "수수료 유료화가 결정될 경우 카드사로선 카드 라인업 재정비 등 수익성을 제고할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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