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잔액 2020년 이후 300조 증가… 다중채무 비중이 가장 커
코로나19 유예 조치 등 부실 우려 '발등에 불'…하반기 실적 악화 전망

5대 은행은 대출 미상환 등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2조270억원이라는 역대급 충당금을 적립했다. 사진은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건물. 사진=각 사
5대 은행은 대출 미상환 등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2조270억원이라는 역대급 충당금을 적립했다. 사진은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건물. 사진=각 사

[비즈월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등 대출 미상환 조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700조원, 2021년 1분기 831조원, 지난해 1분기 960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720조3000억원 규모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출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 침체, 지난해 이어져 온 고금리·인플레이션 영향 등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3만명, OECD 36개국 중 8위다. 코로나19로 입은 자영업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 자료=한국은행

문제는 아직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 상환을 미루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지난 2020년부터 정부 정책에 맞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지원해 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7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상환이 유예된 건은 총 25만9595건이고 원리금 상환이 유예돼 납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36조6206억원이다. 

만기연장은 채무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 지난해 상환할 수 없었던 잔액이 고스란히 넘어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는 9월 30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환이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은행들은 대형 부실에 대비해 '사상 최대' 충당금 적립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 합산 기준 충당금 규모는 2조270억원으로 전년 동기(7985억원) 대비 151.8% 증가했다. 금융 당국이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를 예고한 만큼 2분기 적립액도 최대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당금 적립에도 은행들의 하반기 전망은 어둡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은행들의 연이은 고실적 행진이 막을 내린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인플레이션 여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미국 지방은행 파산이 이어지면서 건전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제1금융권은 실적 악화, 제2금융권은 부실을 유의해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재무분석가는 "1분기 실적에서 시중은행들의 경상 대손비용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우려했던 자산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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