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 1·2위 국가가 상대 나라에게 각각 대규모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전쟁이 다시 붙었습니다.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의 합의로 양국의 무역갈등이 겨우 봉합되는 듯했지만 합의 이행을 놓고 양국 간에 견해차가 커지면서 결국 정면 대결로 치닫게 된 것입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500억 달러(약 54조1250억원) 규모의 중국산 첨단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산업적으로 중요한(industrially significan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대상 품목은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자동차 등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약 1102개에 달합니다. 해당 관세는 내달 6일부터 순차적으로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 수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수출길이 막히게 됩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 달러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에 중국 측은 즉각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관련 발표가 나온 직후인 16일 오전 2시(현지시간) 미국과 동등한 규모 및 강도의 보복 조치에 나섰습니다.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고 중미 경제 무역협상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도 위배했다"면서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고 중국과 인민의 이익을 훼손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중국 국무원 비준을 거쳐 관세세칙위원회는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면서 "이 가운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7월 6일부터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머지 미국산 제품의 관세 부과 품목은 화학 공업품, 의료 설비, 에너지 제품 등 114개로 시행일은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공고를 통해 "미국이 중국의 결연한 반대와 엄정한 교섭을 무시하고 WTO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상무부는 "미국이 국제의무를 위반하고 중국에 비상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것이다"면서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즉각 반격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양국간의 파워게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만일 중국이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농산물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비관세 무역 장벽을 높이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추가적인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통신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로 중국 첨단제품에 대한 관세 이외에 또 다른 1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