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기원은 물론 두려움까지 담아

국토지리정보원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되어 고시된 지명은 총 112개였다고 전했다. 표=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국토지리정보원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되어 고시된 지명은 총 112개였다고 전했다. 표=국토지리정보원 제공

[비즈월드] 올해는 돼지의 해입니다. 돼지는 예로부터 제천의식의 제물로 사용되어 제의(祭儀)의 희생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통력이 있는 영물, 길상의 동물로 길조, 다산과 재물, 다복을 나타내는 상징이었습니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오후 9시∼11시), 방향으로는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각과 방향에서 오는 사기(邪氣, 주술적으로 나쁜 기운)를 막아주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돼지는 복을 안겨주는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유기윤)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되어 고시된 지명은 총 112개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2010년 경인년(호랑이)을 시작으로 정보원이 현재까지 집계한 십이지 관련 지명 중 일곱 번째로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7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개, 경북 13개 순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광역단체는 광주와 대구로 각각 1개였습니다.

정보원 측은 "주로 우리나라의 남쪽지역으로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많고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해당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의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로 돼지를 사용한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이 있으며, 여기에는 신에게 기원을 할 때 바치는 희생물로 돼지와 관련된 유래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고, 그 후 괴이한 빛이 되어 이 섬으로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섬에서 염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와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도 이런 전설과 관련이 있습니다.

경기 이천시에는 옛날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가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효자의 몸에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 되었음을 보고 돼지울음이 효자를 살렸다 하여 저명산(猪鳴山,도드람산)이라 칭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반면에 돼지가 복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돼지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한데, 경북 의성군 ‘도직골’, 경북 문경시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 ‘돗밭골’ 등 돼지가 많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유래된 지명도 전해집니다.

또 마을의 형상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고 하여 유래된 흥미로운 지명도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래됐습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 해 온 돼지는 다양한 유래와 전설로 우리의 국토 속 지명에 반영되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유기윤 원장은 “2019년 기해년은 여느 해보다 복이 가득한 황금돼지의 해로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운이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앞으로 우리의 삶이 밀접하게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유산으로 보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국의 돼지와 관련된 지명은 국토지리정보원의 국토정보플랫폼(http://map.ngii.go.kr)을 통해 관련 지명의 위치 및 유래 검색과 발간책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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