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 특허 보유현황. 표=특허청 제공
국유 특허 보유현황. 표=특허청 제공

정부는 지난 2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유특허 활용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규제를 풀어 국가공무원이 직무 과정에서 개발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등 국유특허의 사업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번 혁신방안에는 국립연구기관 등의 R&D 성과물인 국유특허를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성장에 기여하도록 ▲우수 국유특허 창출 촉진 ▲국유특허 활용‧관리체계 개편 ▲실시료 납부체계 개선 ▲국유특허 사업화 규제 완화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R&D에 투자, 지난해의 경우 6267건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는 등 국유특허는 숫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개발만 했을 뿐 이를 통한 생산현장에서의 가치 창출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표=특허청 제공
국유 특허 활용 현황. 표=특허청 제공

이는 특허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지식재산 활용 실태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특허를 활용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활용률, 즉 기업으로 이전돼 사업화 성과를 나타내는 비율은 국유특허의 경우 21.7% 수준입니다. 반면 기업은 58.5%이며 대학·공공연은 34.9%로 나타나 국유특허의 활용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국유특허를 이전받은 기업의 사업화 매출액은 지난해 33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R&D 예산 대비 경제가치 창출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예산 낭비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유특허 활용률을 현재의 21.7%에서 2022년까지 대학‧공공연의 수준인 35%까지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로 인한 매출 효과를 335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늘린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수한 특허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조성 ▲국유특허 관리‧활용 체계의 효율성 제고 ▲국유특허 실시료 납부체계‧방식 다변화 등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이와 관련, “이번 개선안은 그간 관리에 치중했던 국유특허를 사업화로 연계하여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세부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을 연내에 마련하는 등 이번 대책이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책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거나 국유특허를 이전해 사업화한 중소기업들은 외부 특허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보다는 상용화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지원 정책이라고 강조합니다. P사의 J대표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어려운 국내 특허로 만들어 낸 제품을 팔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J사장은 정부 조달 창구인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을 해도 값싸고 품질은 뒤지지 않는 국산 제품을 사지 않고 외국의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정부기관의 수요 행태부터 고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국공립 대학이나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서 조차 국산 제품을 외면하는데 국유특허를 이전받아 사업화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공무원이나 국가연구원들이 민간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민관의 결탁과 로비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소통 창구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민관의 결탁 또는 국가연구원과 민간연구소의 결탁으로 인한 부정부패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소통의 창구마저 막아버리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입니다. 된장을 발효시키고 익히는 데 일부 발생하는 구더기는 제대로 걷어 내기만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경제개발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 상용화된 제품의 판매,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 확보와 회사의 성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우수한 기술 개발이 매출 증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정부가 보유한 우수한 국유특허를 활용해 상용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용화한 제품의 판매 루트를 개척해 주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보탬이 됩니다.

특허청에서 이러한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면 중소벤처기업부나 통상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들도 같이 나서서 시장을 개척해 주고 판로를 만들어주어 매출을 늘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지원정책이 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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