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조 이상 투자해 도서산간 무료배송 확대 추진
윤석열 대통령,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서 쿠팡 언급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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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주요 기업으로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 4대 그룹과 함께 쿠팡의 투자 사례를 소개해 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주요 그룹사와 비교해 덩치가 작은데다 정부가 그동안 4대 그룹 중심의 경제계획 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대거 무료 로켓배송 진출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이 지역들에 각종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추진한 정부에서 관심을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삼성과 SK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총 62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현대차 그룹이 차세대 모빌리티 등 분야에서 향후 3년간 68조원을 투자해 20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LG그룹도 AI 바이오 등 미래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5년간 100조원을 국내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쿠팡도 2027년까지 3년간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산간과 도서 지역에 무료 배송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회복세가 민생 경기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계는 대통령이 4대 그룹과 함께 쿠팡의 투자 소식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대기업기업집단(2023년) 45위로 4대 그룹보다 덩치가 한참 작고 4대 그룹의 투자와 비교해 내용과 성격이 다른 상황도 주목받고 있다.

4대 그룹은 대부분 연구개발(R&D)과 최첨단 기술 등에 투자를 집중하지만 쿠팡의 투자는 주요 이슈인 인구 감소와 저출산이 심각한 지역에 무료 로켓배송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정부가 쿠팡 투자에 대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쿠팡은 27일 올해부터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충북 제천과 경북 김천, 대전·부산·울산 등 8곳에 신규 물류센터를 짓거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전국 5000만 인구에게 모두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내용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쿠팡이 특히 강조한 점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전체 89곳)에 대거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현재 로켓배송을 운영 중인 182개 시군구를 2027년까지 230여 개로 확대할 예정인데 확대 지역 대부분이 인구감소지역이다.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과 인구 3만명을 밑도는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경남 거창·남해·하동, 전남 화순·함평·영광, 충북 괴산·단양, 충남 청양, 강원 철원 등에서도 무료 로켓배송이 이뤄진다.

정부가 최근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연 1조원의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등 대책을 논의한 상황에서 쿠팡이 새로운 생활 인프라를 도서산간 지역에 도입한다는 측면에서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도서산간 지역의 추가 배송비나 반품비 부담을 없앨 수 있고 고령 인구의 장보기를 손쉽게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신속하게 기저귀나 생필품을 익일 또는 당일 받을 수 있거나 고령 인구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쇼핑이 가능하다. 결국 거주지 매력을 높여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도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찬호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는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쿠팡이 구석구석까지 생활 필수품을 공급하면서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도 "주요 4대그룹이 수출 주도형 제조업과 IT 혁신 등에 앞장선다면 쿠팡은 무료 로켓배송을 통해 민생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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