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쿠팡이 높은 마진율 제시로 갈등 시작됐다” 주장
업계에선 “우월적 지위 이용해 쿠팡에 갑질한다” 의견 지배적

최근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마진율 갈등을 보이며 발주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쿠팡
최근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마진율 갈등을 보이며 발주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쿠팡

[비즈월드]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과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발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제조사의 신흥 유통회사 '길들이기'라는 의견이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제일제당과 쿠팡은 내년 마진율 협상을 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의견 차이로 협상은 중단됐고 이에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상품 발주를 중단하며 양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제시한 마진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 이를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상품 판매부터 발주가 중단돼야 하지만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며 발주를 일방적으로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문제 삼은 제품 가격 인상 역시 모든 유통사에 동일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은 온·오프라인의 모든 유통 채널에 적용됐으며 쿠팡만 차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는 온·오프라인 모든 유통 채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쿠팡에 '갑질'을 하며 마진율 협상이 중단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쿠팡에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약속한 물량을 공급하지 않아 쿠팡이 상품 거래를 끊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쿠팡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 점유율 1위인 지위를 이용해 쿠팡에 올해 상품 공급가 인상을 다수 요청했다. 약속한 발주 수량도 지키지 않았고 이는 상품을 판매하는 쿠팡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에 쿠팡은 최근 CJ제일제당의 일부 상품 매입을 축소했다. 이는 그동안의 약속을 저버리며 비즈니스 관계를 악화시킨 CJ제일제당 탓이란 게 쿠팡 측 주장이다. 그렇지만 CJ제일제당은 오히려 이를 마진율 협상에 이견이 생겨 발주를 중단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CJ제일제당에 햇반 100개를 요청하면 CJ제일제당은 통상 50개, 많으면 60개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인기 브랜드가 많은 대기업인 만큼 쿠팡이 약속한 물량을 발주했지만 CJ제일제당은 약속을 이행한 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쿠팡 역시 이 문제로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더 큰 피해가 다른 식품 제조사들에게 돌아갔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약속한 물량의 보관과 판매를 위해 이 물량에 맞는 물류센터 공간과 인력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약속한 물량을 보내지 않으면 이를 위해 확보한 공간이 쓰이지 못하게 되고 이는 납품을 희망하는 다른 식품 제조업체의 기회를 뺏게 되는 역할만 하게 됐다.

이와 함께 쿠팡은 소비자를 위해 올해 CJ제일제당이 요청한 가격 인상을 대부분 수용했다. 원재료 상승 등으로 인한 제조업체의 부담을 십분 감안해 상생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과 비교해 상품 공급가가 15% 올랐으며 '백설 콩기름'의 경우는 14% 이상 가격이 인상됐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전통적인 대기업 제조사들의 전형적인 신흥 유통회사 길들이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0% 내외로 CJ제일제당과 같은 대기업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또 쿠팡 관계자는 "연초부터 CJ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발주 물량을 약속대로 공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해왔다"며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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