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정부로부터 5G 28㎓(기가헤르츠) 기지국과 관련해 철퇴를 맞았다.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거나 이용 기간을 단축하는 정부의 사상 초유의 결정에 따라 이통 3사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할 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주파수 할당 3년차 실적 평가 결과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정부는 이들의 실적이 당초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SK텔레콤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

과거 LG텔레콤이 IMT2000 주파수를 반납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이통사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결정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동시에 평가가 이뤄진 3.5㎓는 세 곳 모두 90점을 넘었지만 28㎓는 SK텔레콤(30.5점), KT(27.3점), LG유플러스(28.9점) 모두 낙제점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통 3사는 나름의 변명이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없는 시장 환경과 신호가 쉽게 막히는 28㎓의 특성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조건이다. 28㎓ 대역의 특화망을 설치해 사용하겠다는 사업자들이 많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이통 3사는 이번 평가로 정부,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지난 3년간 28㎓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한 일이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실도 국가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을 활용해 기업 이익만을 창출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했다고 이통 3사를 강하게 질책했다.

더욱이 28㎓ 대역은 차세대 첨단 기술에 필요한 부분이다. 메타버스와 가상·증강현실(VR·AR) 등 우리나라와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분야에서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이통 3사는 주파수를 할당받고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등 외국 통신사업자가 발 빠르게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하고 있는 상황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여기에 이번 평가가 이뤄지면서 이통 3사가 자신들의 약속보다 돈 버는 일에 더욱 혈안이 돼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통 3사는 조만간 배정될 것으로 알려진 3.7~4.0㎓ 대역을 할당받기 위해 현재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이 28㎓ 평가에서 점수가 더 높은 것은 정성평가 덕분인데 이는 3.7~3.72㎓ 대역을 추가로 할당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며 나름대로의 성의를 보인 결과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룬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선진국이다. 해외에 비해 성숙되지 못한 국내 28㎓ 생태계는 이통 강국의 지위를 흔들리게 할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정부, 그리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통 3사가 적어도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 현재의 상황을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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