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리스크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으로 선제적 대응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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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일부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이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아 건전성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별도 기준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연결) 등 손해보험 5개사의 합산 당기 순이익은 7조4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5개 사는 전년보다 9∼33% 많은 이익을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손해보험사 평균 지급여력(RBC) 비율은 252.1%로 전년 말 대비 상승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얼마나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은 최소 100% 이상, 권고 기준으로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전 분기 86.5%에서 104.2%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금융당국 권고 기준(150%)에 한참 못 미친다.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권고 기준까지는 아니지만 낮은 RBC 비율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KB손보는 27.8%p 하락한 188.1%, NH농협손보는 작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75.75%로 전년 대비 141%p나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또 작년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59.77%를 기록했던 롯데손보의 경우 업계에서는 4분기 말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하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 13일 잠정 공시에서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반영으로 작년 당기 순이익이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자본 확충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RBC 비율이 낮을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험사들이 매년 1조원이 넘는 이자를 내는 것으로 추산돼 자본 비용이 커지고 있어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은 218.3%(경과조치 적용 후)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부채가 증가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작년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규모는 총 8조65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초에도 ▲한화손보(5000억원) ▲메리츠화재(3000억원) ▲DB손보(4000억원) 등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또 ▲현대해상(최대 8000억원) ▲KB손해보험(최대 5000억원) ▲NH손보(최대 2000억원) 등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주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개최하며 보험산업 안정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은 현재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나 금리에 민감한 보험산업의 재무구조 특성상 향후 하방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재무영향 분석, ALM 관리 등을 통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필요 때 자본확충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또 "최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의 발행 증가로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는데 자본의 질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함께 챙겨달라"며 "금융당국도 보험회사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본적정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정비 등 제도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손해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기본자본 관리체계 마련 등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비즈월드=최희우 기자 / chlheewoo@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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