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A사 수시검사…‘기타비상무이사’ 김 부회장 내부통제 실패 책임론 불거져
김 부회장, B사 윤리경영위원장도 맡고 있지만 ‘전·현직 대표 비위’ 못 막아
대표이사 겸직 중인 C사는 매출 뒷걸음질·3년 연속 적자…A사·B사도 순익 감소

[비즈월드] 최근 무려 18개 기업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며 겸직 논란에 휩싸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둘러싸고 이번엔 경영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A카드사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수시검사에 나선 가운데 MBK를 대표해 해당 카드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이 과다한 겸직 등으로 내부통제 실패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김 부회장 관련 논란은 의료기기 제조사 B기업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이 이사회 산하 윤리경영위원장까지 맡고 있었지만 전·현직 대표의 비위문제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 부실 논란에 더해 경영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유통기업 C사는 매출이 뒷걸음질치고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출자자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며 거버넌스 개선 등만 앞세울 뿐 경영 역량은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A사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업 상황 전반을 살피는 한편 내부통제 관련 검사도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A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 원리금 연체와 관련해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고 미수금 발생으로 회계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칫 팩토링(외상매출담보대출) 영업중지 등의 당국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임직원 사이에서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A사 이사회 일원인 김 부회장이 이사로서 경영감시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김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MBK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A사 지분 79.83%를 약 1조3810억원에 인수한 이래 기타비상무이사 직위를 유지해 왔다.
기타비상무이사 역시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 다른 등기임원과 마찬가지로 경영 실태를 감시하는 책임이 부여돼 있다. 2023년 6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가 내부통제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B사도 경영진의 비위로 물의를 빚었다. B사 전직 대표의 경우 작년 3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가 검찰에 고발했다.
전직 대표는 회계부서로부터 내부보고를 받으며 영업이익 급등과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인지했다. 이후 배우자와 지인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매수해 거액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주식 변동내역 및 지분소유상황 보고 의무, 단기매매차익반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MBK는 지난 2023년 1월 B사를 인수했고, 김 부회장은 같은 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B사 이사회 산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윤리경영위는 임직원 윤리교육, 부정행위 감독기능 강화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구다. 윤리경영 정책 결정, 윤리규정 위반사항의 신고·접수 및 처리 등의사안을 심의하고 결의하는 권한을 지녔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회장이 수십 개의 겸직을 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취임한 2023년 10월 이후 2024년 상반기까지 9개월동안 윤리경영위 회의는 지난해 3월 한 차례 열리는데 그쳤다. 회의에 오른 안건은 2023년 윤리경영 실적보고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인수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후퇴한 점도 김 부회장의 경영관리 역량 부재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A사의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025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 3664억원과 견줘 72%(2639억원) 줄었다. B사 또한 2024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785억원으로 2023년 1~3분기 순이익 1664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특히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C사의 경영 성적표는 더욱 심각하다. MBK가 2015년 9월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래 C사는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인수 이전인 2014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C사 매출은 8조5682억원으로 집계됐으나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는 6조9315억원으로 나타났다. 9년 새 19.1%(1조6367억원)나 줄었다.
2021 회계연도부터 2023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겪으며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외형 역시 위축됐는데 C사 자본총계는 작년 2월 말 2653억원으로 2015년 2월 말 2조2958억원 대비 88.4%(2조305억원) 급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외치지만 이를 주장할 만한 실력이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부회장의 경우 경영관리 부실과 경영역량 부족 등을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