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정 尹 직속 정책 콘트롤타워 출범 보류 불가피
환율 급등에 원료 수입·해외 임상·투자 유치 차질 우려

[비즈월드]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정 사상 유례없던 상황에 커져만 가는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전 산업계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예정됐었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의 잠정 보류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글로벌 임상 진행과 원료의약품 수입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면서 업계 역시 상황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출범 예정이던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과 회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바이오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방침이었지만 위원장을 맡아야 할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의 기로에 서면서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실상 출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간 합동 컨트롤타워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총 4차례에 걸쳐 R&D(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사안을 논의해왔지만, 다음 회의일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글로벌 임상 시행과 원료의약품 수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야간거래 기준 1442.0원까지 폭등한 후 계속해서 1400원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본래 1400원만 넘어도 비상이었던 기존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선까지 높아졌고,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상은 지난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금융위기(2008~2009년) 때를 제외하면 우리가 겪어본적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처럼, 제약바이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의약품의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고환율 상황은 업계의 고민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5.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평균 원 달러 환율 1308원을 적용한 값이다. 11.9% 수준에 불과했던 2022년과 비교했을 때는 반등한 수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의 74.6%가 수입에 의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임상시험과 투자 심리 위축 우려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해외에서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또 국정 혼란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국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의 영향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 같은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수 기업들이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당장 직접적인 타격이 큰 건 아니지만 여파가 길어지면 신뢰도 문제가 커진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