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월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 현장을 직접 살피러 '잘나가고' 있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 동행한 임직원들이 안전모 턱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안전 불감증에 여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집안사람' 먼저 챙기는 슬기가 필요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재계와 대우건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정 회장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회사의 사업 다각화와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정 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쉬하바트에서 열린 'CIET2024(건설·산업·에너지) 콘퍼런스'를 찾아 주요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신규 사업 참여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 신수도 침매터널을 비롯한 기간 인프라 건설, LNG 및 신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분야 투자 및 시공 참여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정 회장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단 출장을 계기로 인도를 방문, 협회 일정이 끝난 지난 24일 대우건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비하르 교량 건설 현장을 직접 살폈다.
정 회장은 현장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현장에 와보니 최근 심각하다고 하는 스모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인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새삼 더욱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생각됐다"며 "준공하는 날까지 안전과 품질에 만전을 기해 현장 업무에 임해주길 부탁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하나의 문제가 지적을 받고 있다. 정 회장 자신은 안전모를 착용한 후 턱끝을 완벽하게 처리했지만 동행한 임직원 일부가 안전모의 턱끈을 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안전모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건설회사 소속이면서 당시 정 회장이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안전모는 낙하물로부터 작업자의 신체를 보호하고 추락 때 부상과 위험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안전보건법령집의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를 보면 턱끈은 모체(안전모)가 착용자의 머리 부위에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부품을 말하며, '안전모는 턱끈이 있어야 하며 사용 중 탈락되지 않도록 확실히 고정되는 구조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턱끈은 추락의 위험이 있는 건설 현장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추락 사고가 생겼을 경우 안전모의 턱끈 연결 여부는 생사를 가를 수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턱끈 착용을 의무조항으로 넣기도 하며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반드시 턱끈을 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
정 회장이 방문한 곳도 바로 추락의 위험이 있는 교량이었다. 비하르 교량 현장은 인도 비하르주 파트나(Patna) 지역의 갠지스 강을 횡단해 바이살리 비뒤퍼(Bidupur) 지역을 연결하는 횡단교량과 접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임직원들은 추락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장소에서 턱끈을 방치한 셈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 역시 안전모를 착용할 때 턱끈을 꼼꼼하게 연결할 것을 당부한다. 턱끝이 없거나 확실히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락할 경우 안전모가 먼저 벗겨진다는 연구도 있으며 안전모가 없이 바닥에 머리부터 떨어지면 그 충격력이 고스란히 머리로 전달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건설시장의 침체로 국내 건설사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은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고 그 중심에는 정 회장이 있다.
그렇지만 사업보다는 사람이 중요하고, 사고가 없는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한다. 꼼꼼히 해외 사업을 살피는 것만큼 임직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집안 단속부터 잘해 주기를 바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