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뒷전’ 건강식품·화장품·음료 등 손쉬운 매출에만 적극적
국내 20대 제약사 상품매출비중 40% 웃돌아... “갈수록 상승 추세”
“장기적 관점 ‘글로벌 빅파마’ 성장위해선 선택과 집중 필요” 비판

 제약사들의 '상품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각 사
제약사들의 '상품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각 사

[비즈월드] 제약사들의 '상품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 다각화는 제약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신약 개발의 높은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제약사들이 본업 대신 유통에만 너무 치우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헬스케어, 음료 등 다양한 유통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국제약의 더마 코스메틱 대표 브랜드 ‘센텔리안24’는 올 상반기 5월까지 약 5400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동국제약의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1300억원 정도다. 화장품 매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 동국제약이 공언한 ‘2025년 연매출 1조원’ 달성 행보가 무난하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대웅제약, 동화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역시 자사의 주력 성분을 기반으로 한 더마코스메틱 사업에 뛰어 들었다. 메디톡스도 올 상반기 바이오 뷰티 사업부를 신설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나 음료 사업도 활발하다.

일동제약과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일동펫 시리즈’를 통해 반려동물용 장 건강과 관절 건강용 제품을, 종근당바이오는 반려동물 전용 제품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을 선보였다. 광동제약은 자사의 스테디셀러인 ‘경옥고’에서 이름을 딴 반려견의 관절건강 영양제 ‘견옥고 활’을 선보였다.

특히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 중 삼다수 등 음료 판매 비중이 압도적이다. 올 상반기에만 14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생수영업 매출은 1230억원,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의 다각적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본업을 잊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 뒤엔 점점 올라가는 상품매출비중이 있다.

비즈월드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개별손익계산서를 기반으로 최근 4년간 국내 대형제약사 20곳의 상품매출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40.8%, 2019년 40.9%, 2020년 41%, 2021년 41.7% 등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제약사의 매출액은 크게 제품매출액, 상품매출액, 기타매출액으로 구성된다. 제품매출액은 자사가 만든 의약품의 판매 금액, 기타매출액은 임가공매출이나 기술수출에서 비롯된 수익 등을 일컫는다. 상품매출액은 타사가 만든 의약품을 구매해 판매하거나 의약품 이외의 분야에서 거둬들이는 수익 금액이다. 

이처럼 상품매출액에 의존하는 제약사들의 수익 창출 방식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과거 제약사들은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기반과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복제약 판매에 눈을 돌렸다. 이후 그것만으로는 외형 확대가 어려워졌고 글로벌 제약사의 강한 영향력을 가진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며 이문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기업의 CSO(판매업무 대행 영업조직)라는 오명이 낙인처럼 됐다"며 "최근 들어서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보다 다른 분야 상품매출에만 열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되려면 이제는 본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따끔한 훈수도 둔다. 

그는 "당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 증대가 이익일 수 있겠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며  "다행인 건, 최근 대형 제약사들을 필두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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