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준 매출 1조 돌파…영업익도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증가
렉라자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 자회사 API 수출 확대가 주효

[비즈월드] 유한양행이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해외 상품명 라즈클루즈)'의 글로벌 성과와 자회사 원료의약품(API) 수출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최근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5562억원, 영업이익은 4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 190.1% 증가한 수준이다. 모두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따른 상반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1조256억원, 영업이익은 148.1% 증가한 543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분기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 5790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 168.9% 증가했다.
이번 호실적을 견인한 주인공은 렉라자다.
렉라자와 J&J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하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가 진전됨에 따른 라이선스(기술료)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지난 2015년 유한양행이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해 전임상·임상을 진행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과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국가에서의 판권을 이전한 바 있다.
이후 얀센이 지난해 8월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주요국에서 렉라자 병용요법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유한양행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도 본격화됐다.
마일스톤은 품목허가 이후 상업화 돼야 받을 수 있으며, 판매 개시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올해 2분기까지 렉라자 병용요법이 허가된 국가는 미국(지난해 8월), 유럽(지난해 12월), 한국(올해 1월), 영국(3월), 캐나다(3월), 일본(5월) 등이다.
특히 지난 5월 렉라자 병용요법의 일본 상업화가 개시되면서 유한양행은 1500만 달러(약 207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해외사업 매출 증가도 실적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의 2분기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972억원) 대비 31.4% 증가한 11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유한화학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원료의약품(API) 수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5월 유한화학은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888억원 규모의 HIV 치료제 API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상반기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렉라자 병용요법의 글로벌 상업화, 유한화학의 API 수출을 기반으로 유한양행의 실적 확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31일에는 중국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의 시판을 공식 승인받기도 했다. 이로써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허가된 국가는 총 7개국이 됐다.
중국에서의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4500만달러(628억원)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수령한다. 계약상 마일스톤 수령 국가는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4개국이며, 그 외 국가에서는 마일스톤을 받지 않고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렉라자 병용요법은 호주, 브라질 등에서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최근 독일에서도 임상 효능을 인정받아 오는 2026년 건강보험 등재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병용요법으로 함께하는 리브리반트 SC(피하주사) 제형이 추가로 허가를 받을 경우 편의성이 확대돼 매출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J&J는 리브리반트 SC 제형 FDA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지난 4월 이미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유한화학은 임상 3상 완료 단계의 API 생산 문의 쇄도에 따른 20만ℓ API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고마진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API는 렉라자 로열티 매출에 더해져 유한양행의 중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한양행 측은 "J&J에 따르면 병용약물인 아미반타맙 SC제형이 지난 4월 유럽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해 하반기 중 미국에서의 허가도 기대되는 등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출시 국가 확대와 병용약물의 투약편의성 개선에 따른 실처방의 성장을 기반으로 앞으로 큰 폭의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사업은 최근 증설한 유한화학 HB동의 Capa(캐파)도 풀가동되고 있고 최근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추가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유한화학 화성공장에 29만2000캐파의 HC동을 증설할 계획으로 오는 2027년 하반기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해외사업부의 신약 API 사업은 수익성이 좋고 진입장벽도 높은만큼 꾸준한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유한양행은 "올해부터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효율적인 경비 집행을 바탕으로 레이저티닙 관련 라이선스 수익 증가와 해외 사업의 꾸준한 고성장 등에 따라 2분기를 기점으로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라르클루즈 유럽 출시 마일스톤 유입으로 로열티 수익이 확대되고 API 생산 수요 증가로 해외사업부 고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라면서 "리브리반트 SC제형의 FDA 품목허가로 투약 편의성 개선에 따른 처방 확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퇴행성 디스크와 알레르기 등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진전 가속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