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엠티씨영어 원장. 사진=엠티씨영어
박종현 엠티씨영어 원장. 사진=엠티씨영어

[비즈월드] 대한민국의 학부모이자 민간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교육자로 최근 몇년간 교육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체감하고 있다. 바로 ‘교과서 저작권 독점’이 교육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밖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우리는 교과서 기반의 학습 보조자료를 제작하며 공교육 내용을 반복·심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는 학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교과서를 바탕으로 다시 설명하고 핵심을 정리해 돕는 것으로 이는 교육자로서의 책임이자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출판사들이 교과서 내용의 일부 인용조차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며 민간 교육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 짧은 문장 하나, 지문 일부를 수업 자료에 활용했을 뿐인데 형사 고발까지 거론되는 현실은 교육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교과서 프린트 한 장에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이런 교육 현실이 과연 온당한가.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공공 교육 자산이다. 그 사용이 특정 민간 출판사의 수익 논리에만 종속되면 공교육의 철학과도 어긋난다. 교과서는 공교육과 사교육, 학교와 가정 어디에서든 자유롭고 책임 있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특히 오늘날의 학생들은 교과서만으로는 학업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 요약, 문제풀이, 기출 분석 등 다양한 방식의 반복 학습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선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보조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저작권 체계는 이 같은 교육 행위를 불법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교육 현장의 숨통을 죄고 있다.

물론 저작권은 보호돼야 한다. 창작자의 권리와 노력은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그 보호가 교육의 본질을 해치는 수준에 달했다면 우리는 균형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위한 공정한 활용조차 인정되지 않는 체계는 학습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에 요청한다. 교과서가 공공 교육 자산으로서의 본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에 나서라.

먼저 교육 목적의 합리적인 활용이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지 않도록 ‘공정 이용’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 교사와 학원 강사, 학부모가 수업과 학습 보조를 위해 교과서 내용을 일정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교과서에 대한 오픈 라이선스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교육 목적 활용을 위한 표준 이용 규약이나 협력적 라이선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공성과 저작권 보호의 균형을 이루며, 학교 안팎의 교육 현장에서 누구나 안심하고 학습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출판사들과의 협의를 주도해, 저작권의 보호와 교육의 공공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 교과서가 특정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관리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아이들의 미래로 되돌아오게 된다. 교육은 사유화될 수 없으며 출판사의 수익보다 공공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이들의 배움은 어느 한 집단의 소유가 아니다. 교육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가치이다. 교과서가 독점의 도구가 아니라 교육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이 바로 정부와 교육당국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나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일이 법의 그늘이 아니라 교육의 빛 아래에서 당당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출판사 또한 이 문제의 본질이 ‘이용자 대 권리자’의 갈등이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과 미래를 위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함께 이해하고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 이 기고문은 비즈월드의 편집방향과 달리 기고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움말: 박종현 엠티씨영어 원장

비즈월드=김은아 기자 / mykongi@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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