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GC녹십자 등 다수 기업 현지 진출 속도
시장 규모 연평균 7%대 성장…수입약 비중 65%
성장 잠재력 큰 파머징 마켓…현지화·기술협력 관건

[비즈월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대표 신흥 시장으로 부상한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약, 백신,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6월과 8월 각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를 베트남에 출시했다.
출시 직후 램시마는 현지 최대 군 병원과 1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허쥬마도 중남부 지역 입찰에서 낙찰돼 2년 공급이 확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더해 올 하반기 현지 주요 병원에서 트라스투주맙 성분 제품의 입찰이 예정돼 있어 셀트리온은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추가 수주 확보를 위한 영업 활동을 적극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계속 추가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반기 ‘램시마SC’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의 판매 허가 획득·연내 출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GC녹십자는 지난 7월 베트남 의약품청으로부터 자체 균주 기반 수두백신 ‘배리셀라주’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백신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현지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베트남 보건부가 규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합하는 품질 수준을 충족했다고 평가된다.
GC녹십자는 현지 내 민간 시장 중심의 백신 유통구조를 고려, 현지 지사를 통한 직접 판매를 통해 연간 고정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원제약은 최근 국산 12호 신약 ‘펠루비정’과 트라마돌을 결합한 복합 진통제 DW1021의 베트남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베트남에서 이뤄진 임상 1상이다.
DW1021은 두 성분을 이온결합 형태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 복합체로 회사는 적은 용량의 트라마돌만으로도 충분한 진통 효과를 발휘하게 함으로써 트라마돌의 사용량을 줄이고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하이퐁 의약학대학의 임상시험 및 생물학적 동등성 연구 센터(HPMP)에서 베트남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된 1상 결과 한국인과 유사한 생체이용률,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한다. 특히 서방성 제제이지만 식이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대원제약은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후속 임상을 진행하고 시판 허가를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베트남 전역에서 세계 최초 항바이러스제 바스켓 임상(하나의 약물로 여러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 준비 단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현지 당국으로부터 ‘뎅기열 임상시험약(제프티)’의 제형을 캡슐형에서 과립형으로 변경하는 승인‘을 허가받으면서다.
이에 따라 현대바이오는 베트남 북부의 국립 열대성병원, 남부의 티엔지앙 종합병원의 윤리위원회(EC)로부터 뎅기를 포함해 베트남에서 뎅기 유사 증상을 보이는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환자에게 제프티를 투약, 임상하게 된다.
M&A 등을 통한 시장 진출 사례도 존재한다. 동화약품은 지난 2023년 현지 약국 체인 중선파마 지분 51%를 인수한 후 베트남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11월 200번쨰 지점을 오픈하는 등 베트남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섰고 오는 2026년까지는 매장을 4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올해 1월 GS25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 3월 티엔장성 고콩시티에 약국과 GS25 편의점을 결합한 컬래버레이션 1호점을 오픈했다.
이 외에도 동구바이오제약과 삼진제약 등이 현지 제약사와 협력해 위수탁 생산과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제약기업들의 행보는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수입 의존도에서 기인한다.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 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70억 달러로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7% 이상 성장했다.
또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제약시장에서 수입 의약품 비중은 약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60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의약품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23년 제약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의약품의 80%를 자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제약사의 생산시설 유치, 기술이전, 고부가가치 의약품 현지 생산 확대 등이 핵심 과제로 내세워진 만큼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 기술 파트너십 등 현지화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 고령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베트남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앞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력, 생산 기반 구축 등 맞춤형 전략이 진출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