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정기국회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담긴 상법 개정안 논의
올 들어 셀트리온, 유한양행, 휴젤, 보령 등 자사주 소각 단행
"상법 개정·책임경영 요구 속 기업 주주친화 정책 확대 예상"

[비즈월드] 이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법안 통과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자, 주주친화 정책을 통한 기업 신뢰도 제고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이뤄진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근 의원과 김현정 의원, 민병덕 의원, 조국혁신당의 차규근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안건별 세부 기한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사주 보유 목적을 제한하고 소각 시점을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단순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전략적 투자, 스톡옵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해당 법안이 통과·시행되면 이 같은 자사주의 자유로운 활용이 제한된다.
이에 다수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시행에 따른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사주 비중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셀트리온, 유한양행, 휴젤, 보령 등 다수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올해만 9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다. 이는 지난해 7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와 함께 오는 2027년 평균 주주환원율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 역시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8차례에 걸쳐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약 7500억원이다.
유한양행도 지난 5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규모는 약 25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당시 유한양행은 오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평균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알렸다.
이를 위해 현금 배당을 늘려 같은 기간 주당배당금(DPS)을 총 30% 이상 증액하고 자사주를 1% 소각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 외에도 유한양행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7월 2일부터 지난 8월 28일까지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휴젤은 지난 5월 자사주 30만주(약 537억원)를, 보령은 지난 2월 자사주 100만주(약 102억원)를 소각했다. 보령의 경우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발행주식총수의 약 1.2%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법안 통과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일 뿐 아니라 기업의 책임경영·지속가능경영이 전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총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에 단순히 주주가치 제고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와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논의 외에도 산업 전반으로 기업의 책임경영이 요구되는 분위기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주주·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