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관세 15%로 타결…의약품 관세율 2주 내 발표
불확실성 여전, 다만 '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 언급
제바협 "中 견제 기조 속 韓 의약품 경쟁력 확대 기회 전망"

[비즈월드] 미국이 한미 통상협상을 통해 우리나라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약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직 의약품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적어도 다른 국가와 동일한 입장 혹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며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결정된 관세 15%는 상호관세 외에도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의약품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미국에게서 추후 다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의 관세율을 보장하겠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가 도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2주 안에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세율과 부과 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먼저 무역 합의를 도출해 낸 유럽의 경우 상호관세 15%에 반도체와 의약품이 포함됐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돼 왔다. 관세 부과가 확정된다면 비용 증가 등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여러 대안들을 검토·실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선제적인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CMO(위탁생산)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은 물론 관세 위험 헷지의 근본적 해결책인 현지 공장 인수 절차 역시 밟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 소유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 바 있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에서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현지 CMO를 확보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세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며, 미국 내 공장 인수와 공장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혜국 대우 원칙으로 최소한 타국보다 출발선에서 뒤쳐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적어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하거나,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산업계 입장에서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15%로 설정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다행스러운 조치로 평가된다"면서 "최혜국 대우는 적어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입장이거나 오히려 더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부과 때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약화, 생산원가 상승, 공급망 혼란이 우려된다. 미국 내에서도 의약품 가격 상승, 공급 부족, 환자 접근성 저하 등 부작용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고 우려를 짚었다.
그러면서도 협회는 "다만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제제기술과 탄탄한 제조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 강화라는 큰 틀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비중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