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 혼자서도 행복한 ‘타이완 북서부에서 북부까지 여행②’
신주시 베이푸의 객가마을 옛거리와 객가음식…어메이 호수에서의 여유만만 트래킹
[비즈월드] 타이완(대만)의 북서쪽에 위치한 신주(新竹)시는 타이베이에서 기차와 버스로 1시간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TSMC 본사와 공장 등 IT관련 공장과 기업이 집중하고 있어 타이완의 실리콘벨리에 해당하는 도시다.
더욱이 이 곳에는 대만의 수많은 과학 기술 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 항상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더불어 신주시는 중국서 이주해 타이완에 뿌리내린 소수민족인 객가인(客家人, 하카인)의 독특한 문화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삶의 흔적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또 영국 여왕이 극찬했던 우롱차의 하나인 ‘동방미인차(東方美人茶)’ 주산지 중 한 곳이다.
신주에는 대만에 사는 객가인의 60~70%가 살고 있어 객가인의 삶의 애환이 묻어 있는 곳이 산재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객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신주(新竹) 베이푸(北埔)의 옛 거리와 옛 거리에 있는 차금 드라마 주인공의 가옥을 둘러보고, 베이푸에서 객가인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맛봤다. 이어 인근 어메이향(峨眉鄉)에 있는 어메이호를 찾아 여유로운 트래킹을 즐겼다.
신주의 남쪽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베이푸는 타이베이에서 버스와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대만의 객가인 문화 중심지인 베이푸는 동방미인차와 견과류와 곡물, 찻잎을 갈아서 만드는 레이차(茶)의 고장이다. 특히 이곳은 청나라 시기 베이푸 상업 중심지역으로 현재까지 많은 고적이 남아 있어 여행지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곳 베이푸에는 한족 중에서도 광둥(廣東)과 푸젠(福建) 지역에서 이주해온 객가인들이 정착하며 번성했던 곳이다. 이주민이었던 객가인은 중국대륙에서 옹색한 생활을 해왔고 대만에 이주해 와서도 이주할 땅이 부족해 산악지역과 현지인들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에 정착했다. 17세기 한족이 타이완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후 땅, 수원 등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객가인은 수많은 무력 충돌을 견뎌야 했다.
이런 이주의 역사로 인해 객가인은 예로부터 근검·검소를 미덕으로 삼아 생활해 왔다. 객가인은 대만에서 부지런하고 고생을 잘 참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편으로는 인색하고 잘 따진다는 인식되어 있다고 현지 가이드 설명했다.
베이푸 여행의 시작은 베이푸 옛 거리(北埔老街)부터 봐야 한다. 골목마다 청나라와 일본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좁은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시간여행을 떠나온 느낌을 물씬 느끼게 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바닥에 건물의 이름과 방향을 표시해두어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안내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옛 거리에서 천수이전(天水殿)을 향해 좌회전하면 슈이징 골목(水景街)에 도착한다. 왼쪽에 차를 팔던 진광푸 상점(金廣福建店)이 있고, 이곳을 지나 골목을 걷다 보면 슈이징 티하우스(水井茶堂)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대표적인 객가인의 차인 레이차를 맛볼 수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대만에는 세개의 대표적인 객가 옛 거리가 있고, 그중 이곳 베이푸 옛거리가 가장 볼거리가 많고 관리가 잘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세월이 오래된 건물임에도 잘 관리가 되어 있고, 현지인이 거주하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골목을 걷다 보면 객가인들의 정신적 피난처였던 베이푸 치톈 사원을 만나게 된다. 이 사원은 청나라 동치제 13년인 1874년에 지어졌다.
사원은 당시 개척민이 었던 객가인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관음보살과 마조에 대한 복건성과 광둥성의 공통의 신앙을 결합해 토착 천주와 객가 양식을 융합해 북포자천사가 건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1971년 전면적인 재건축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사원이 유지되어 오고 있다.
사원에는 청나라 시대 쓰여진 ‘중생에게 복을’이라는 대청 현판과 복도 좌우의 석용 기둥 등 볼거리가 많다. 더욱이 사찰을 찾았으니 여행 중 평안함과 앞으로의 복을 빌어보자.
사찰 앞쪽으로는 베이프 옛거리의 상가가 위치한다. 상가 골목 곳곳에 우리의 백년점포에 해당하는 백년노점(百年老店)이 적힌 상가가 눈에 많이 띈다. 이곳들은 객가인들의 음식을 전통의 방식을 사용해 만들고 있었다.
객가인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니딩우(泥磚屋, 진흙벽돌집)라는 이름의 객가요리 전문 식당에서 음식을 맛봤다. 이 식당은 역사적인 건물로 복원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식당은 진흙 벽돌 구조와 검은색 기와, 복고풍 창살,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 등이 100년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곳의 음식은 기본적으로 테이블당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10가지 요리가 나온다. 개별 음식을 시켜도 되지만 요리별로 가격을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객가요리는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맛으로 유명하다. 이동생활이 잦아서인지 휴대나 보관이 간편한 염장과 발효음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채소 절임, 건어물, 훈제를 자주 이용했고, 기름지고 짜고 진한 맛을 가진 음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요리가 객가식 돼지고기, 절인 무와 채소 요리인 초이포, 콩과 두부요리인 객가 반두 등이 있고,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이곳 니딩우의 요리도 원래 객가요리에서 관광객의 입맛을 위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객가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먹어봤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어느 정도 잘 맞을듯하다. 다만 가끔 향신료가 진한 것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베이푸 옛거리에는 장아신 고택(姜阿新洋樓(全預約導覽)이 있다. 이곳은 옛거리의 랜드마크와 같은 건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대만의 1950년대 타이완 차 산업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 ‘골드 리프(茶金)’가 대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다.
베이푸 출신 차 상인이었던 장아신(姜阿新)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대만의 차 산업의 발전과 쇠퇴를 기록한 드라마로 객가어로 촬영해 주목을 받았다.
장아신의 가옥은 차 산업의 쇠퇴기에 파산하고 은행에 저당 잡힌 것을 마을 주민들이 1995년 옛 주택 보호를 이유로 은행으로부터 임대받아 개조 공사를 통해 1996년 12월부터 신주현 역사 유적지로 지적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 건물은 차 상인이었던 장아신이 외국 차상인의 접견과 물품 조달 그리고 일상생활을 위해 지은 집이다. 건물은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2층 건물로 대만의 일본 식민지 시대 유행했던 ‘바로크’ 양식을 모티브로 한 서양식 일본 건축 양식을 채택해 지어 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베이푸 서양식 건물’이라고 부른다.
건물 외부에 바로크 양식의 다양한 장식과 기둥을 볼 수 있고, 내부에서도 일본식 문양과 서양식 문양 그리고 상징들이 있는 다양한 창틀과 타일 등 목공예와 창문 장식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여 지어졌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가족이 이용하는 곳과 손님이 이용하는 계단이 따로 있다. 당시의 장아신이 외국인을 접객하던 모습을 상상하며 1층 거실 소파에서 잠시 상상의 나래을 펼쳐봤다.
장아신 건물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투어를 예약하면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문할 수 있으며, 최소 5명 이상이어야 관람할 수 있고, 유료이다.
이곳 베이푸에서 차로 약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어메이 향(峨眉鄉)에 있는 어메이 호수 공원이 있다. 어메이 호는 신주현 에메이향의 푸싱촌과 후광촌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처음에는 관개 및 산업용으로 물을 공급하며 홍수 조절을 했던 다푸 저수지였으나 2000년에 어메이호 관광개발을 통해 호수가 산책로와 주변의 건물들이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메이 호수 바깥 부분을 도는 둘레길은 5.4㎞ 거리로 2시간 30분정도 투어에 소요된다. 둘레길에는 호숫가의 나무 잔교와 마을길, 시마오푸 현수교 그리고 푸싱 옛거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또 카페와 푸싱 차 산업 문화관도 있다. 호수에서는 보트 투어도 할 수 있어 조용하고 한가하게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다.
이곳에 어메이 호수에는 원래 5개의 현수교가 있었는데 도로가 놓여지면서 현수교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현재 시마오푸 현수교 하나만 남아서 관광객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어메이 호수에는 랜드 마크 같은 역할을 하는 72m의 청동 미륵 불상이 있다.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불상은 둘레길을 걸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백로, 붉은 부리 피죽새 등 물가에 자유로이 서식하는 새들을 볼 수 있고, 매년 2월과 3월 초에 노란 스즈키 꽃이 필 때, 산책로는 아름다운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다. 또 4월이나 5월이 되면 반딧불이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대만여행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은 교통편이 타이완 호행(Taiwan 好行) 버스가 있다. 이 타이완 호행은 자유여행객들을 위한 타이완 관광청이 운영하는 셔틀버스 서비스로, 타이완의 주요 관광지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타이완 호행 버스는 타이완 호행 홈페이지에서 정류장을 검색할 수 있고, 한국어로도 안내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정류장을 찾고, 온라인 티켓 교환시스템에서 왕복 티켓을 구매해 사용하거나 매표소에서 직접 구매하면 된다.
현재 신베이시, 이란, 타오위안, 신주, 먀오리, 장화, 난터우, 자이, 컨딩, 화리엔, 타이동 등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버스 간격은 평균 1시간에 1대 정도이며, 대부분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을 다니므로 시간만 잘 맞추면 대만의 숨어 있는 여행지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베이푸 옛거리를 올 경우 대만 철도 주베이역에서 시산(獅山) 방문자 센터까지 운행되는 시산선 5700번 호행버스를 타면 한번에 방문할 수 있다. 주베이역에서 출발해 12번째 정류소가 베이푸 옛거리이다.
[타이완=비즈월드 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